안철수 교수의 '주식 사회 환원'을 놓고 온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정치인들도 저마다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안 교수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안 교수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인들의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딱 한마디…"좋은 일이다"
먼저, 박근혜 전 대표는 "안철수 교수의 주식 기부를 어떻게 보시느냐"는 질문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만 답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의 '대선 맞수'로 거론돼 왔던 터라, '과연 무슨 말을 할지' 기대가 컸지만 의외로 허무한 대답이었습니다.
대답이 길어지면 자칫 오해를 사거나 불필요한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절제된 답변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른 친박계 인사들도 공식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했습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인사는 "재산이 있으면 기부하는 것 아닌가"라는 당연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가 "좋은 일을 한 것은 순수하게 봐야하지 않겠나, 기부 문화의 좋은 선례를 보여줬다고 본다"고 '담담하면서도 긍정적인' 평가로 바꾸었습니다. 애써 의미 부여를 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잠시 내비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역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몽준 전 대표의 반응은 길었습니다.
정 전 대표는 "(안철수 교수) 본인이 더 늦어지기 전에 하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기부자 클럽이라도 만들어야 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했습니다. 지난 8월 범 현대가가 5,000억 원 규모의 사회복지 재단을 만들 때, 정 전 대표 본인도 2,000억 원 정도를 출연한 사실을 상기시킨 것입니다.
정 전 대표는 "안철수 교수가 대선행보를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이것은 좋은 일"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어 "안철수 교수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안 교수가 국민 기대에 부응해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공은 이제 안철수 교수에게 넘어갔다, 본인이 정치를 하게 되면 왜 정치를 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긍정적인 평가 일색이었습니다. 정몽준 전 대표가 계속 펴온 '박근혜 견제론'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안철수 교수의 지지도가 올라갈 수록 박근혜 전 대표만으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당내 대권 후발주자들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나라당 "순수성 의심"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도 공개적인 입장을 통해서는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홍정욱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안철수 교수의 사재 사회 환원에 경의를 표한다, 기부는 절대 선이다, 비판은 정계 입문 전에 사재 절반을 환원해 본 분들만 하시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조전혁 의원은 "더 좋은 일은 (안철수 교수가) 재산을 교육에 썼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장제원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정몽준 전 대표, 정몽구 회장에 이어 또 하나의 큰 사회 환원"이라고 반겼습니다.
하지만 속내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모 한나라당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기부 문화 활성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만,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어떤 여권 인사는 "지금이 사회 환원하기 좋은 때"라는 '정치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뜨면서 안철수연구소의 주가도 많이 올라, 같은 지분을 기부하더라도 평가 금액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인사는 이어 "안철수 교수가 내년 총선 전에 움직일 것"이라는 예언도 덧붙였습니다.
안 교수의 사재 출연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은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강 의원은 15일 열린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뜬금없이 안철수연구소의 주가 등락을 언급하더니 "이 주가가 정상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또 "주가가 올랐을 때 안철수연구소 임원들이 매각해 차익을 봤다, 도덕적으로 논란이 있지 않느냐"고 따졌습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 "제가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좋은 일인데 아무 의도가 없어야 진정성을 평가 받는다, 정계 입문의 발판으로 악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맺었습니다.
강 의원은 앞서 지난 8일과 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안철수연구소 예산 14억 원을 삭감해야 한다"면서 '안철수 저격수'를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 안철수 "행동으로 옮긴 것일 뿐"
야당은 대체적으로 반응이 비슷합니다.
민주당은 이용섭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정치란 무릇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안철수 교수는 앞으로 본인이 정치를 하든 안 하든 이미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안 교수의 선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사회적 기부는 액수의 크기와 상관 없이 아름다운 것이며 환영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지나친 정치적 해석으로 안 교수의 사심없는 선행이 폄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야권의 대선주자들의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할 수 있습니다.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에 따라 이처럼 정치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정작 안철수 교수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일은 단지 오래 전부터 생각한 일을 실행한 것 뿐이다.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 책임이나 공헌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라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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