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부도 공포가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주가도 많이 빠졌지만 환율 움직임이 심상찮다. 하루만에 30원 50전이 올라서 1100원대에 진입, 6개월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9월 14일 종가).
미국 경제는 휘청이지만, 경제 위기 국면에선 역시 달러가 다시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반복되면서 달러는 강세, 원화는 약세 국면이 전개된 것이다. 특히 유럽계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유럽 자금이 빠르게 국내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보니 자금을 빼서 달러로 바꿔 나간다는 건, 달러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고, 그만큼 원화는 약세를 띨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세다. 만일 그리스 부도 우려가 현실화가 되면 요동치는 환율 폭과 그 파장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게 비슷한 견해다.
환율이라는 게 원래 경제 상황을 반영해 오르내림이 있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나가는 성격이 있는데, 가장 위험한 것이 예측하기 어렵게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다. 어느정도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기업들도 거기에 맞춰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고, 정부도 물가나 무역수지 등 여러 환율이 연관돼 있는 정책들에 기본 데이터로 쓸 수 있는데 지금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 반복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원화약세) 수출기업들에겐 유리한 걸로 알려져있다. 우리 제품을 해외에 수출해서 팔 때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확보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엔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미국과 유럽, 즉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시장이 휘청거리는 상황, 즉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으로 위안을 삼을 수 없다는 뜻이다.
부품 등 중소기업은 아직도 환율 움직임 10원에 일희일비하는게 사실이지만, 대기업 같은 경우는 품질 경쟁력도 많이 확보돼 환율에 예전처럼 목숨 거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경기가 좋아서 수출 물량 자체가 늘어나는 것이 기업들에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서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용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물가 상승 압박이 워낙 높은 상황에서 환율이 가파르게 올라가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두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는 유럽발 위기로 국내 실물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고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면 물가보다는 환율을 고려한 환율정책을 펼 개연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악의 경우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유로존 국가들이 달러 확충에 나서고 있는데 그리스 부도가 현실화되면 이런 기조는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3년, 세계 각국은 겉으로는 글로벌 공조를 외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국 이기주의가 더 팽배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환율'에 있어서는 가장 민감하다. 실제로 유로지역의 위기의 시발점은 경제 사정이 다른 여러 나라를 한 화폐로 묶으면서 '환율' 정책을 쓰지 못하게 되면서 재정 정책으로만 조절하다보니 씀씀이가 커지고 조절이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많다. 그만큼 환율이 국가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글로벌 환율 불균형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고, 브라질 등은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스위스 프랑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해 스위스 프랑의 상한선을 묶어두는 사실상의 '페그제'를 도입했고, 일본 중앙은행도 막대한 돈을 풀어 엔화 초강세 흐름을 꺾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결국 '경제위기가 보호무역주의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입증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정치적인 해법을 모색하지 않고는 쉽지 않다는 이번 위기, 과연 주요국가들은 어떻게 머리를 맞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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