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등장하기 훨씬 전인 약 2억4천만년 전에 네발 동물이 판 복잡한 구조의 긴 땅굴이 모로코에서 발견됐다고 디스커버리 뉴스가 13일 보도했다.
독일 프라이베르크 공대 지질학연구소 과학자들은 모로코 중부 아르가나 분지에서 발견된 땅굴의 형태와 규모로 미루어 이 굴의 주인은 몸집이 땅딸막하고 목과 꼬리가 짧은 몸통 길이 20~25㎝의 네발 동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고생물 및 고지질학 학술지 '팔라이오스' 에 발표했다.
이들은 이 땅굴이 만들어진 연대가 약 2억4천만년 전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두 번째로 오래된 공동체 땅굴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최고(最古)의 땅굴은 남아프리카의 적색층(적색셰일이나 적색 사암이 분포하는 열대 지역의 퇴적암층)에서 발견된 이보다 500만년 전의 것인데 연구진은 이 두 땅굴이 모두 비슷한 동물에 의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르가나 땅굴은 수많은 입구와 출구, 터널, 방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구진은 화석 기록이나 현존 척추동물의 굴 어디서도 이와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다면서 이 땅굴 속 방들은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겹 터널은 어디서도 관찰된 적이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땅굴이 건설됐을 당시엔 아직 공룡이 없었지만 화석 증거로 보면 긴 다리로 빠르게 움직이는 악어와 오늘날의 도마뱀이나 뱀, 투아타라(도마뱀과 뱀 사이의 고대 파충류)의 가까운 친척들, 새와 공룡의 조상이 주변에 우글거렸던 것으로 보여 땅굴이 이들 포식자를 피하는 피난처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진은 또 발견지의 지질학적 분석 결과 땅굴의 주인이 뜨거운 한낮의 태양과 추운 밤 기온을 피해 땅속으로 파고들어 온 것으로 보이며 반들반들해진 굴 바닥을 보면 동물들이 땅 위에서 식물이나 뿌리, 곤충 등 먹이를 모아들이며 부지런히 들락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라이아스기에 이 지역은 반건조 기후대의 내륙 분지였을 가능성이 크며 어쩌다 비가 온 뒤엔 강물이 느리게 흘러 오랫동안 건조한 강바닥이 형성됐고 강둑엔 식물이 듬성듬성 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 지역의 토질이 땅굴 파기엔 완벽한 조건이었다면서 땅굴 건설에는 강둑의 모래와 범람원의 축축한 진흙이 섞인 재료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물고기 같은 동물들이 만든 땅굴의 역사는 고생대(5억8천만~2억5천만년 전)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땅굴을 파는 이런 행동은 특히 가뭄과 같은 극한 환경을 피하는 데 사용돼 지구에서 복잡한 동물의 삶이 시작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한편 학계의 전문가들은 이 연구에 대해 "2억년이 넘는 옛날에 혹독한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네발 동물이 복잡한 행동을 발전시켰음을 보여준 놀라운 발견"이라고 논평했다.
(서울=연합뉴스)
공룡 이전 지구는 땅굴 동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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