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 년에 한 번 배를 타고 성묘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댐 건설로 고향 마을이 물에 잠긴 수몰민들인데요,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은 충주댐 수몰민들의 성묘길을 반기웅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 선착장에 모여든 성묘객들이 뱃길에 오릅니다.
물 속에 가라앉은 마을 위로 물길을 내며 떠나는 귀향선.
뱃머리를 스치는 풍경은 여전히 고향 마을 정경을 담고 있습니다.
뿔뿔이 흩어졌다 오랫만에 만난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묻어놨던 고향 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이제는 물에 둘러쌓인 뒷 산에 올라보니 묘소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합니다.
낫을 들고 봉분을 다듬노라면, 옛 생각이 절로 납니다.
일 년에 한 번, 묘소를 찾는 만큼 벌초하는 손길에 정성이 깃듭니다.
벌초를 마친 뒤에는 조촐한 상을 차려놓고 술잔과 함께 큰 절을 올립니다.
자주 묘소를 찾지 못한 자식은 죄스러운 마음 뿐입니다.
뱃길을 이용해야하는 성묘길,후손들에게도 이어질지 걱정이 앞섭니다.
[
애달픈 사연을 담아 뱃길로 이어지고 있는 수몰민의 성묘행렬에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게 배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