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를 2003년에 입학해서 올해 간신히 졸업했습니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던 기간만 8년이나 되다 보니, 등록금의 변화를 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입학 했을 때 등록금이 200만 원 초반 정도였는데요, 마지막 학기이던 2010년에는 350만 원 정도까지 치솟았습니다. 정말 아찔한 상승률입니다.
등록금이 이렇게 많이 오르고 비싸다 보니 방학을 하면 다음 학기 등록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몇 번을 장학금을 받아서 등록금 걱정을 덜기는 했지만, 장학금을 못 받게 되면 외부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는지 뛰어다니고 그것도 안 되면 부모님께 죄송해 연락도 못 드리곤 했습니다. 부모님이 전액 등록금을 내신 학기에는 생활비라도 벌어서 벌충해야한다는 생각에 학기 중에 과외와 알바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등록금 때문에 일하는 대학생들을 취재하면서 저는 오히려 행복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등록금 벌기 위해서 일용직 노동을 하는 학생도 있었고, 휴학까지 하면서 등록금을 버는 학생도 있었으니까요. 저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휴학을 한 적은 없으니 이 학생들 보다는 형편이 훨씬 나은 편이었던 거죠. 그리고 등록금 문제가 제가 경험하고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하고 절실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고생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방송을 통해서 충분히 보도되었다고 보고, 오늘은 취재하면서 만난 대학생의 반값등록금에 대한 절실함과 정치권에 대한 분노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반값 등록금에 불을 지핀 때가 언제인지를 찾아보니 5월 23일이네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현안에 대해서 꿰뚫고 있어야 할 기자지만, 언제 그런 발언이 나왔는지 잊고 있는 것은 반값 등록금 이슈가 정치권 특히, 먼저 이야기를 꺼낸 여권에서 쑥 들어가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 전에도 반값 등록금과 관련된 이야기는 나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이야기죠. 지금은 자신이 공약사항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하시는 듯하지만, 이명박 후보 선대위에서 2007년 대선 운동 당시에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를 설치했었다는 보도도 찾을 수 있습니다. '반값등록금'과 '등록금절반'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반값 등록금 이야기가 나오자 대학가는 그야 말로 달아올랐었습니다. 동맹 휴업이라 것은 책장 속으로 들어가 버렸는지 알았는데 동맹 휴업을 제안하는 목소리도 들려왔고, 수십일 씩이나 대학생들이 촛불을 밝혔습니다. 사회에는 관심 없고, 자기만 안다고 비판받은 20대 대학생들이 이렇게까지 나섰습니다. 그만큼 등록금 문제가 절박하다는 거겠죠.
그런데 대학생들이 이렇게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정작 먼저 이야기를 꺼낸 정치권에서는 반응이 없습니다. '반값등록금 반드시 실현시키겠습니다'라는 한나라당의 구호는 '세금은 아끼고'로 은근슬쩍 바뀌었습니다.
당연히 대학생들은 이런 모습에 분노를 표하고 있습니다. 희망고문이나 하고 있다는 목소리부터 역시 정치권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자조까지. '혹시' 하며 열렬히 사랑했지만 '역시나'하고 당한 시련의 상처가 크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대학생, 20대가 사회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 옳을까요? 오히려 정치권이 20대의 사회적 무관심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입니다.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 대학생 등 1만 명 정도가 모였는데, 일부 정치권은 '일부 과격한 대학생들만 모인 것이다', '일부 대학생의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태에 광장에 대학생 1만 명이 모인 것은 '사실상' 모든 대학생이 모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민심은 천심이다'고 플래카드를 내걸곤 하던데, 잊으셨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생 그리고 20대도 '민(民')입니다.
[취재파일] 반값 등록금 얘기, 너무 무책임하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