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학에 입학한 손자가 기특해서 등록금도 다 내주고 양복이랑 구두까지 해줬는데..이렇게 갑자기 가다니…"
강원도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 머물던 펜션이 매몰되면서 숨진 인하대학교 학생 故 성명준(20)씨의 외조부 박용노(69)씨는 28일 허무하게 가버린 외손자를 떠올리면서 비통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성씨는 집안의 4대 독자로, 어릴 때부터 수재인데다 순진하고 성품이 착해 외조부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자랐다. 학창시절 학급에서 2~3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도 잘했고, 성실하고 예의바른 아이였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왼쪽 눈 상태가 안 좋았던 외손자를 서울 강남에 있는 병원까지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수 년간 안과 치료를 받게 했다.
인천 간석역에서 전철을 타고 병원까지 2시간여 걸리는 거리를 외손자와 함께 매일같이 다녔다. 길은 멀었지만 어린 외손자는 그 사이에 있는 전철 역 이름들을 다 외울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다.
맞벌이를 하는 사위와 딸을 대신해 취학 전 외손자를 5년간 직접 먹이고 씻기며 키웠던 지라 고인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늘 가까이 두고 귀하게 기른 외손자라 사망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박씨는 충격으로 기절할 지경이었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27일 오후 둘째 딸이 직장에 갑자기 찾아와 박씨를 차에 태우더니 '명준이가 죽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올해 초 외손자가 명문대인 인하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 500여만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도 다 내줬다. 입학 기념으로 사준 양복과 구두는 몇번 입어보지도 못하고 유품으로 남게 됐다.
지난 25일 캠프를 떠나기 전 용돈으로 준 5천원짜리 지폐 2장이 유품인 지갑에서 흙 묻은 채로 발견됐을 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지난 5월 집에 찾아와 '대학 생활이 너무 재밌다'며 밝게 말하던 외손자의 마지막 모습이 스쳐갔다.
박씨는 "손자가 어린 나이에 국가기관에서 지원을 받아 캠프를 떠난다고 해서 대견했는데 이런 큰 사고가 발생했다"며 "늘 가까이 두고 내 손으로 키운 손자라 눈에 아른거린다. 아직도 믿을 수 없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인천=연합뉴스)
4대독자 고 성명준 학생…"어떻게 기른 손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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