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튀니지에서 촉발된 쟈스민 혁명이 6개월째를 맞는 주간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시민혁명 이후 중동 발 뉴스에 대해 관심이 조금 줄어들고 있지만 이 곳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각국에서는 시민혁명 이후 정치, 사회 개혁을 둘러싼 진통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민혁명의 성지로 떠오른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은 여전히 매일 수천 명의 시민들이 지지부진한 개혁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광장은 아예 시민들이 바리케이드로 막아놓고 신분증을 검사하며 자체적으로 치안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무바라크 정권 붕괴 6개월이 넘도록 개혁은 고사하고 시민혁명 과정에서 무려 8백여 명의 시민을 학살한 군과 경찰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늦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더구나 임시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가 다시 구 체제 인사들을 중용하고 9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연기하기로 하는 등 과거 회귀 움직임을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시민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 자세한 '카이로 브리핑' 내용은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뉴미디어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동영상 브리핑입니다.
수천 명의 시민들은 아예 광장에 천막을 치고 책임자 처벌과 개혁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이렇게 민주화 시위가 다시 점화되고 있지만,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시민사회나 임시정부를 장악한 군부 모두 뚜렷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중동전문 기자인 로버트 피스크는 최근 칼럼에서 "이집트 혁명의 강점은 지도자가 없고, 따라서 [정권에서] 누구를 체포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또한 약점으로 드러났다. 리더가 없으니, 혁명 이후의 상황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는데 현재 이집트가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 빠져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최근 타흐리르 광장에선 인민재판 비슷한 광경이 종종 펼쳐집니다. 군부의 프락치로 의심받는 몇몇 남성들이 시민들에 붙잡혀 구타를 당하고 옷이 벗겨진 채 나무나 기둥에 묶인 채 벌을 받는 일이 이곳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요, 경찰력을 비롯한 공권력이 철저히 불신 당하면서 시민들 스스로 일종의 즉결 처분을 내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불안이 이어지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역시 서민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안 좋은 데다, 2주 뒤로 다가온 라마단, 금식월을 앞두고 물가가 폭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마단 기간 동안 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낮 시간 동안 철저히 금식을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침도 삼키지 않을 정도입니다.
대신 일단 해가 지면 상황이 180도 바뀝니다. 가족과 친지가 어울려 '이프타르'라는 만찬을 하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식재료들을 사재기합니다. 금식 기간이지만 이런 이프타르 문화 때문에 오히려 식품 소비량이 평소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공급이 달리면서 최근에는 1~2주 사이 가격이 두 배 이상 폭등한 품목들이 적지 않아 가뜩이나 어려운 아랍권 서민들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곳 서민들이 겪는 고통은 시민혁명 전이나, 후나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부패한 권력이 물러난 자리엔 무책임한 군중 심리가 자리하고 있고, 그리고 전체 인구의 8~90%가 하루 1, 2달러 벌이로 살아가는 극심한 민생고도 여전합니다.
이처럼 아랍권 각국은 수천 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이뤄지면서 사회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진통의 기간이 될 지, 아니면 다시 과거로 회귀해 또 다른 독재권력의 탄생으로 이어질 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셈입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