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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타 얼굴에는 왜 까만 줄이 있을까?

[취재파일] 치타 얼굴에는 왜 까만 줄이 있을까?

제가 얼마 전에 ‘한국호랑이’와 ‘시베리아호랑이’의 차이에 대해 취재파일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께서 그 글을 보시고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아들이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호랑이보다 더 빨리 달리는 치타에 반했는데(?), 치타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냐고요. 그래서 이번엔 치타에 대해 설명을 드릴까합니다.

학생의 말대로 치타는 매우 빠른 동물입니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동물입니다. 순간 최대 속력 110km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속력이죠. 그러나 알고 보면 치타는 이 생태계에서 육식동물로 살아가기에는 많은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할 때 동료 수의사는 치타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고도 했을 정도입니다. 아니,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데 왜 생존 자체가 경이롭다고 하는 걸까요?

무엇보다 치타는 육식동물로 살아가기에 불리한 신체적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약점이 ‘지능이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치타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한 마디로 똑똑하지 않다는 거죠. 동물의 지능을 나타내는 지표는 동물의 뇌가 체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대뇌비율(EQ, Encephalization Quotient)입니다.

그런데 치타의 대뇌비율은 침팬지나 돌고래의 절반도 안 됩니다. 그래서 치타는 꾀를 부린다거나 장애물 등을 이용하는 학습력이 다른 동물보다 떨어지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도 단순합니다. 쉽게 말해, 머리가 아닌 몸으로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은 절대적으로 머리로 생존하는 동물입니다).

그렇다면 선천적으로 좋은 몸을 타고 났는가? 안타깝게도 그것도 아닙니다. 당황스러운 일이죠. 치타는 육식동물로서 살아가기에 해부학적으로 매우 불리한 신체적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고양이과 동물은 먹이를 발톱으로 채고, 이빨로 물어뜯어 사냥을 합니다.

그런데 치타는 몸집에 비해 얼굴이 작고, 이빨도 작습니다. 이건 육식동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마치 심장병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마라토너가 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육식동물은 강한 턱으로 먹이의 숨통을 끊어야 하는데, 치타의 작은 이빨로는 치명타를 주지 못합니다. 영리하지도 않고, 몸도 안 좋고,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치타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습니다. 자신의 약점을 원망하기보다 강점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현명하고 또 처절한 생존 전략입니다.

치타는 약점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달리기’를 선택했습니다. 오직 ‘달리기’라는 기술 하나에 자신의 전부를 다 걸었습니다. 모든 신체 구조가 오로지 최대 속도로 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작은 이빨로는 먹이의 숨통을 끊을 수 없어, 달려드는 힘을 이용해 먹이의 숨통을 꽉 물어 질식시키는 전매특허 사냥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또, 등뼈를 이용해 활처럼 굽었다가 스프링을 튕기듯이 달리면서 폭발적인 가속도를 내는 비법도 터득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군살을 줄였습니다. 몸이 무거우면 잘 달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근육과 골격을 강화하고, 호흡과 혈액 순환을 빠르게 해 짧은 시간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게 신체가 발달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먹이를 물어뜯는 데 약점이 되는 치타의 작은 얼굴이 달리기를 하는 데는 오히려 큰 장점이 됐습니다. 빨리 달리려면 많은 양의 산소가 신속히 공급돼야 하는데 이빨이 작아 잇몸이 크지 않고, 그 대신 상대적으로 큰 기도를 갖게 됐습니다. 또 가슴이 깊고 폐가 커, 흡입한 공기 속의 산소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발레리나가 토슈즈를 신은 것처럼 발가락 끝으로 달리면서 보폭을 넓혔습니다. 앞다리 두 개를 번갈아 힘차게 딛고 뒷다리 두 개로 탄력을 붙여 앞뒤 다리를 뻗으면서 보폭을 최대로 늘이는 방식입니다. 이런 신체적 구조를 이용해 단 2초 만에 시속 70km로 달리는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발톱 역시 사자나 호랑이 같은 다른 고양이과 동물과는 달리 속도를 최대로 낼 수 있는 구조로 발전했습니다. 대부분의 고양이과 동물은 평소에 발톱을 감추고 살금살금 움직이다가 필요한 순간에 날카로운 발톱을 펴서 먹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힙니다. 반면, 여우나 늑대 같은 개과에 속하는 동물은 발톱이 덜 날카롭고 겉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치타는 고양이과 동물이지만 발톱은 개과 동물에 가깝습니다. 치타의 발톱은 부분적으로 노출돼 있어 바닥에 마찰력이 큽니다. 그래서 빨리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거기다 발톱이 무뎌지는 것에 대비해 4개의 발가락 위에 붙은 엄지발가락을 갈고리처럼 이용해 먹이를 단숨에 낚아채는 비법을 갖고 있습니다.

약점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치타의 처절한 생존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치타를 상징하는 얼굴의 두꺼운 검은색 줄도 사냥을 위해 생긴 것입니다. 치타 얼굴에 있는 검은 줄은 보기 좋으라고 있거나 다른 동물을 위협하기 위한 용도는 아닙니다.

검은 줄은 눈물선을 따라 두 눈 안쪽에서 입의 가장자리로 나 있는데, 이 줄들은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야구선수들이 낮 경기할 때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해 눈 밑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표범과 호랑이도 검은 줄이 있지만, 이들은 눈 안쪽을 따라 난 검은 선이 없습니다. 이게 다른 종과 치타를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흔히 대부분의 고양이과 동물이 야행성인 것과 달리 치타는 낮에 평원에서 활동하는 주행성 동물입니다. 결국 낮에 사냥을 할 때 태양의 눈부심이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대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치타는 빨리 달리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오래 달리지는 못 합니다. 최대 속도인 시속 110km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고작 270m 정도밖에 안 됩니다. 전 속력으로 달리면 근육 운동으로 열이 발생하고, 뇌에 무리가 가기 때문입니다. 체온이 40도를 넘는 상태가 이어지면 단백질 성분인 효소가 변성돼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 집니다. 그래서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면 달리기를 멈추고 헐떡이면서 체온을 낮춥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달릴 수 없는 약점을 치타는 시야를 넓히는 방향으로 보완했습니다. 달리기 실력만 믿고 눈앞의 먹이에만 골몰해 달려들다간 장애물을 미처 보지 못하고 위험에 처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치타는 후각보다 시각에 의존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몸집이 큰 고양이과 동물이 수백 미터 앞의 먹이를 쫓는 데 비해, 치타는 시력이 좋아 몇 킬로미터 밖의 먹이까지 사냥 목표러 삼기도 합니다. 그리고 먹이에 50미터 근처까지는 천천히 접근해 순간적으로 먹이를 향해 전 속력으로 달리면서 속도전을 벌입니다. 이렇게 먹이를 사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개 20초 이내, 길어도 1분 안에 승부를 거는 거죠. 이처럼 치타는 평소에는 쉬면서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쏟아 부어 사냥을 합니다.

역시,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타는 동물원에서 평균 12살 정도까지 삽니다. 그러나 야생에서는 평균 수명이 7살이 안 됩니다. 사자의 수명이 15살인 것과 비교하면 치타가 겪는 고초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겨우 살아남은 치타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오늘날 치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만 2천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00년 전 10만 마리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적은 수의 치타마저 고립된 채 살아가면서 사람이나 가축들과 부딪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체수가 줄어드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치타도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고양이과 동물입니다. 하지만 호랑이와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호랑이는 아시아에만 5종류가 살 정도로 종이 많습니다. 하지만 치타는 종이 단 하나(Acinonyx jubatus)밖에 없습니다. 사람조차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피부나 머리카락 색깔이 다른 여러 종으로 나눠졌는데, 치타는 한 하나의 유전자 밖에 없습니다. 유전자가 99%가 동일합니다. 그래서 만일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기라도 하면 바로 멸종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매우 힘든 유전적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생존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치타는 왜 유전적 다양성을 잃어버렸을까요? 치타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정된 지역에서 경쟁을 이겨내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기본적으로 치타는 다른 육식 동물에 비해 사냥에 매우 불리한 신체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먹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볼 수가 없었고, 포식동물로서 점점 외골수적인 행동, 오직 ‘달리기 선수’로 살도록 적응하면서 단순화 됐습니다. 달리기를 하려면 넓은 평원이 필요했고, 결국 특정 지역에서만 서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거기다 치타는 다른 육식동물보다 상대적으로 덜 사나워, 고대 왕실에서 왕권의 우아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사육되거나 새끼들이 애완용으로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치타의 수가 줄어들고, 좁은 거주지에 몰려 살게 되면서 근친 교배가 이뤄져 유전적으로 열성인 종이 많이 태어나 유전적 다양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치타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역시 사람입니다. 개방된 서식지를 택하는 치타의 특성상 이런 곳에서 세를 확장해 가고 있는 인간과 마주쳐야 할 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치타의 생존 여부는 인간의 관대한 처분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아지게 됐습니다.

인간은 치타 같은 야생 동물과 자연 자원을 놓고 경쟁을 합니다. 일방적인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농경지의 확장으로 치타의 서식지가 군데군데 사라지면서 서식 면적이 많이 줄었습니다. 강자와 약자의 경쟁이라기보다, 강자가 오만과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인구 증가와 소비문화의 발달로 식량, 광물, 목재 같은 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간은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점유하면서 지구 자원을 과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치타처럼 넓은 면적의 세력권이 필요한 동물에게는 더 위협적입니다. 어느 동물이든 인간의 간섭이 따르면 그 종은 먹이를 찾는 기본 생존 능력이 떨어지고, 야생에 대한 적응력을 잃어 가축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불리한 신체적 조건을 이겨내고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치타가 인간의 간섭이 따르면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쨌든 치타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까지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강점을 계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선택이고, 최선입니다. 치타가 ‘달리기 왕’으로 동물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것은 얼떨결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불리한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노력의 결과였습니다.

몸집이 작다고, 다리가 짧다고, 이빨이 작다고 신세타령하는 동물은 없습니다. 그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모습을 찾아 적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진보해 왔습니다. 치타의 뛰어난 단거리 실력도 이런 노력에서 나왔습니다. 약점에 연연할 게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장점에 집중해, 삶의 무게를 이겨내며 살아온 것이죠.

우리도 살아가면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안타까워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포기하는 경험을 자주하게 됩니다. 당장 저부터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그런 제 모습이 싫어서 일기도 쓰고, 화도 내보지만 늘 의지는 멀리 있고 유혹은 가까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치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간명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여건에 주저하지 않고,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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