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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46일 남기고 떠나는 김준규 검찰총장

검찰 구원투수로 등장해 실험적 개혁 조치

임기 46일 남기고 떠나는 김준규 검찰총장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대립과 혼란 끝에 김준규(56.사법연수원 11기) 검찰총장이 4일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퇴장했다.

김 총장은 내달 19일까지 불과 46일의 임기를 남겨두고 물러난 검찰 총수로 기록됐다.

그는 2년 전 벼랑 끝에 몰린 검찰의 위기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김 총장이 취임한 2009년 8월은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후유증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사퇴했다.

차기 총장으로 낙점된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마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기업가와의 부적절한 처신 등 도덕성 시비가 불거져 낙마하면서 검찰이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던 시기였다.

당시 대전고검장 김준규 총장은 사법시험 1년 후배인 천 전 지검장이 차기 총장으로 발탁되자 가장 먼저 용퇴 의사를 밝히고 선선히 검찰을 떠났다가 25일 만에 검찰 수장에 등극하는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검찰 조직의 안정과 쇄신이 당면 과제로 부여된 김 총장이 가장 먼저 내놓은 해법은 불합리한 인사 관행의 혁신과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이다.

이를 위해 검찰 인사기록 카드에서 출신지와 출신학교를 지우는 조치부터 단행했다. 학연·지연을 중시하는 검찰의 기존 인사 관행을 손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혁신 카드였다.

별건 수사를 없애고 압박수사를 자제하는 등 강압수사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조치도 뒤따랐다.

폐지 위기에 몰린 대검 중앙수사부를 기존 '상비군' 체제에서 '예비군' 체제로 바꾸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중수부 상주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대신 대형사건이 터지면 일선 지검에서 수사인력을 수혈받는 방식의 운용체제였다.

사상 처음으로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검찰 내부의 소통 방식에도 일대 변화를 가져왔으며, 대검 국제협력단을 발족해 국제 수사공조를 강화하고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서울에 유치하는 등 검찰의 국제업무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곧이어 시련이 잇따랐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했던 한명숙 전 총리 수뢰사건에 무죄가 선고되면서 수사력 부재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뒤이어 터진 '스폰서 검사'와 '그랜저 검사' 파문, '민간인 불법사찰' 부실수사 논란은 검찰에 대한 불신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

김 총장은 취임 1년 만인 작년 하반기 "국민은 강력한 법 집행을 원한다"는 선전포고와 함께 본격적인 사정수사에 돌입, 한화·태광·C&그룹 등 대기업 비리를 파고 들었고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함바 비리 등 국회와 정관계를 겨냥한 수사도 간간이 진행했다.

올해 초부터는 저축은행 비리,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 증권사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등 금융비리로 사정의 칼끝을 돌렸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BBK 사건' 연루 인물인 에리카 김의 급작스러운 귀국으로 민감한 사건이 연달아 검찰에 몰렸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현안을 처리해갔다.

하지만 과거 대선자금 수사 등 대형사건에서 검찰이 보여줬던 매서운 수사력이 무뎌졌다는 평가 속에 정치권과 재계에서 제기된 표적수사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검찰시민위원회, 기소배심제도 등 김 총장이 도입하거나 제안했던 실험적 개혁 조치는 대부분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상태다.

임기 말미에는 국회의 검찰개혁 요구에 대항해 검찰의 입장을 직접 대변하는 조직의 총책임자로서 고뇌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달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찰소위에서 중수부 폐지 논의가 급진전 되자 현충일인 지난달 6일 '상륙 작전 중인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할 순 없다'며 배수진을 친 성명을 직접 발표함으로써 중수부에 대한 공격을 막아냈다.

김 총장은 지난달부터 중수부 폐지, 수사권 조정 등 검찰을 옥죄는 일련의 제도개혁 논의가 진행되자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몸을 던져서라도' 조직을 방어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수정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세계검찰총장 회의가 맞물린 탓에 사퇴를 표명해야 때를 '실기(失機)'했다는 지적까지 받았지만 결국 사표를 던지는 것으로 1년10개월여 검찰 총수로서의 임기를 마무리한 셈이다.

서울 출생인 김 총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를 시작으로 인천지검 2차장, 수원지검 1차장, 광주고검 차장, 법무부 법무실장을 거쳐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대검고검장을 역임했다.

특히 주미대사관 법무협력관, 법무부 국제법무과장과 법무심의관 등을 지낸 데다 뛰어난 국제감각과 영어구사력을 인정받아 작년 8월 국제검사협회(IAP) 부회장에 취임하는 등 '국제통'으로 명성을 날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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