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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가 폭포처럼…" 주택가 절개지 위험천만

서울 시내 절개지 71곳 장마철 산사태 예방조치 허술

"토사가 폭포처럼…" 주택가 절개지 위험천만
"비만 오면 토사가 폭포처럼 흘러내립니다. 이번 비에도 근처 하수도가 다 막혀 급한 대로 주민들이 직접 뚫고 있어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장유식(65)씨는 집과 불과 한 뼘 남짓 거리를 두고 바짝 붙어 있는 축대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벽돌과 시멘트를 섞어 얼기설기 세운 축대 너머로는 각종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봉재산 산책로 바로 아래에 이 축대와 함께 높이 10m가 넘는 절개지가 있고 비스듬히 자란 나뭇가지가 인근 건물 옥상을 뒤덮을 정도였지만 안전펜스 등 산사태에 대비한 시설은 하나도 없다.

비가 오면 봉재산에서 흙과 나뭇잎이 빗물을 타고 쏟아져 내려오는 바람에 축대 앞 배수구를 일부러 장판으로 막아 물길을 돌릴 정도라고 주민들은 하소연했다.

올여름 장마가 초반부터 엄청난 양의 비를 뿌리고 급기야 지난달 29일에는 도로공사 현장의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사고가 나면서 절개지와 붙어 있는 주택가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가 '위험 절개지'로 분류해 중점적으로 관리한다는 산림이나 공원 근처 절개지는 모두 71곳이다.

이 가운데 주택이나 학교, 도로와 붙어있어 산사태라도 나면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절개지가 66곳이나 되지만 자치단체의 예방조치는 임시방편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가에 있는 절개지 역시 바로 앞에 1층짜리 교회 건물이 있는데도 흙더미를 파란색 비닐로 감싸고 모래주머니를 얹어놓은 정도였다.

동작구 관계자는 "원래 토지 소유자가 해야 하는 데 위험한 상황을 예방하려고 구청이 비용을 대서 공사를 했다"며 "공사 현장에는 수시로 나가고 비가 오면 순찰을 하면서 관리 실태를 살펴본다"고 말했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 밑자락에 사는 한점례(77) 할머니는 집 바로 뒤에 버틴 흙더미가 무너질까 두려움에 떨다가 결국 구청에 안전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할머니 집 근처에 있는 높이 10m가량의 절개지는 수십 년 전 산자락에 있던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고 남은 축대와 담벼락 잔해가 군데군데 남아있는데다 수분을 잘 흡수하는 마사토와 부서지기 쉬운 풍화암으로 이뤄져 있어 산사태에 극히 취약해보였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한 할머니는 "작년에 태풍이 왔을 때 산에서 아카시아 나무가 뽑히고 돌덩어리가 지붕 위로 떨어져 겁이 났다. 비가 올 때마다 노심초사"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한 할머니의 요청에 따라 구는 절개지의 흙더미와 돌덩어리를 걷어내고 도로변 낙석 위험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생토'를 깐 다음 그물망을 덮어 산사태를 예방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은평구 공원녹지과 임성은 팀장은 "백련산 근린공원이라는 특성에 맞춰 꽃과 나무를 심어 보기 흉한 절개지를 주변 경관과 어울리도록 개선할 계획"이라며 "공사를 마치면 산사태를 백 퍼센트에 가깝게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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