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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중, 총 6천여㎞여정의 성과

식량원조·북중 경협 거론…우호관계 과시

김정일 방중, 총 6천여㎞여정의 성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6일 특별열차를 타고 베이징을 출발함으로써 7일간의 방중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가 북한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선양(瀋陽)을 경유해 27일 새벽 단둥(丹東)에 도착,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김 위원장의 방중일정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베이징 외교가는 관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이번 방중은 식량원조를 포함한 중국의 지원 확보, 북중경협 활성화, 후계체제 인정 등의 목표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방중 첫날인 20일 투먼(圖們)을 통해 입국한 후 무단장(牧丹江)에서 잠시 멈췄다. 그는 무단장 베이산(北山)공원에 있는 항일연군기념탑을 참배하는 등 권력세습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어 하얼빈(哈爾濱)을 무정차 통과해 창춘(長春)에 도착한 일행은 중국 동북지역의 대표적 산업시설이자 북한과의 합작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치자동차를 시찰한 뒤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남행길에 올랐다.

건강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김 위원장이 약 30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도착한 양저우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 주석의 고향인 데다 김일성 주석이 장쩌민 전 주석과 함께 방문했던 곳이라는 점에서 이곳 방문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 장쩌민 전 주석과 만나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현재의 중국 지도부는 북한의 권력세습 문제는 북한의 내정문제라며 북한의 자체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여러 차례 공식초청하는 등 표면적으로 후계체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세습에 반대하는 여론이나 김정은의 어린 나이 때문에 공개적으로 김정은으로의 세습을 인정하는 것을 그다지 내켜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상하이방의 대부로 중국 정.관계에 적지않은 영향력이 있는 장쩌민 전 주석의 힘을 빌려 이런 부정적인 기류를 역전시키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감수해가며 양저우를 찾았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설령 장쩌민 전 주석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이번 양저우행을 통해 상당한 성의를 보여줌으로써 장 전 주석의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이곳에서 장 전 주석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방중내용을 담은 중국 CCTV화면에서 김 위원장과 장 전 주석이 만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은 없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 및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비롯한 중국지도부와의 회동 등을 통해 후계체제 문제 등을 거론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신화통신이 내놓은 정상회담과 김 위원장의 방중활동에 대한 기사에선 북한의 후계체제 인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이 부분에선 양저우 방문외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후계체제 문제와 함께 시급한 현안인 식량원조도 중국측에 요청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인사는 "김정일 위원장은 식량난과 함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자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식량원조 등을 포함한 지원을 중국에 요청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화통신이 발표한 내용에는 식량지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지만 원자바오 총리가 경제무역 등의 영역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추진해 경제건설과 민생개선을 추진하자고 말한 점에 비춰 경제협력 활성화와 함께 북한민생의 시급한 현안이 식량난 해소를 위해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다양한 산업현장을 시찰하면서 중국과 경제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하며 중국의 경험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검토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치자동차, 제팡(解放)자동차, 양저우 산업과학센터, 대형 할인매장, 난징(南京)의 판다(熊猫)전자, 베이징 중관촌의 정보통신 서비스 업체인 선저우수마(神州數碼) 등을 돌아봤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첨단업체, IT 기업, 할인매장 등을 골고루 방문하면서 다양한 중국기업의 다양한 실상을 체험했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와함께 중국측과 라선특구 개발을 비롯한 북중 경제협력 활성화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동북지역 발전을 위해 창-지-투(창춘(長春)-지린(吉林)-투먼(圖們)) 경제권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창.지.투 경제권의 성공을 위해서는 라선특구를 통한 동해항로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양측은 훈춘과 라선특구 도로 연결 문제와 차량 국경통과 절차 간소화 등을 협의하고 국경무역 활성화, 북한 인력의 중국 송출 문제, 황금평 개발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경제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신화통신 기사에는 라선지구나 황금평 개발, 장-지-투 경제권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들 지역의 본격개발을 위한 구체적 협상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북중간 전통적인 끈끈한 관계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음을 과시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후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원 총리와도 회동했다. 아울러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제외한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 등 나머지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8명을 모두 만났다.

이밖에 국 측에서는 류치(劉淇) 베이징시 당서기, 궈보슝(郭伯雄)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 링지화(令計劃) 공산당 중앙판공청 주임, 왕후닝(王호<水+扈>寧)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등이 김 위원장의 일정가 행사를 수행하는 등 중국은 관례대로 김 위원장의 의전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중국의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함께 중관촌을 방문함으로써 내년 10월 중국 지도부가 교체돼도 양국 수뇌부간 협력과 우호 관계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기차를 타고 움직이는 김 위원장의 행태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는 중국 네티즌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그의 방중을 비꼬는 네티즌들도 많아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중국의 민심을 얻는 데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과 중국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과시했지만 그 이면에는 북한의 식량이나 경제협력 등에서 중국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27일 새벽 단둥을 통해 귀국한다면 그는 이번 7박8일간의 방중기간 총 6천여㎞를 이동한 셈이 된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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