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가 뉴욕에서 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과 관련해 호텔 객실 청소 직원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외신에 이와 관련된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기사인데, 미국에서 최근 몇년 동안 스트로스칸 사건과 비슷한 성희롱 또는 성폭행 미수 사건이 최소 10건 이상 발생했다는 내용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 사례들을 일부 소개했습니다. 소개된 사례들을 간략히 요약해봤습니다.
1. 아젤리아 리코(38세) 사례
- 캘리포니아의 한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리코는 지난 2009년 한 객실을 청소하다 남성 투숙객으로부터 침대 시트를 갈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트를 바꿔준 뒤, 욕실에서 청소도구들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 때 투숙객이 침대 위에 알몸으로 누워 그녀를 바라보며 추파를 던졌다고 합니다.
2. 안드리아 바빙톤(45세) 사례
-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한 고급 호텔에서 17년동안 일해온 바빙턴은 한 남성 투숙객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당했다고 합니다. 남성 투숙객이 자신의 아내, 그리고 바빙턴과 함께 세 명이 함께 성관계를 갖고 싶다며, 며칠 동안 계속 괴롭혔다는 것입니다. 바빙턴은 다른 호텔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당한 여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3. 야즈민 바즈퀘즈(40세) 사례
- 시카고 시내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바즈퀘즈의 경우 지난해 8월, 한 VIP 투숙객이 머물던 객실을 청소할 당시 이 투숙객이 그녀를 욕실로 강제로 끌고 가려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바즈퀘즈는 유니폼 속에 옷을 한 겹 더 껴입고 있으며, 허벅지를 가리기 위해 다리까지 내려오는 재킷을 입고 청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4. 킴벌리 필립스(40세) 사례
- 미국 켄터키주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필립스는 지난해 한 객실로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방안에 있는 두 마리 개들에 왼쪽 다리를 물려서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합니다. 다른 방 투숙객이 와서 개를 쫓아내고 구조해줬지만, 다리의 신경이 손상돼 지금도 목발을 짚고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당시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커서 개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게 매우 무섭다고 합니다.
이상 외신에 나온 네 가지 사례를 소개해드렸습니다만, 왜 이런 일들이 반복돼서 일어날까요? 물론 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여직원들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는 남성 투숙객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만, 기사를 보니 호텔 측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호텔에서 발생한 객실 청소 여직원들을 상대로한 성희롱 사건이 최소 10건이 넘는다고 했습니다만, 미국 노동단체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슬그머니, 그리고 은밀하게 무마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첫번째 사례로 언급했던 '리코'의 경우 투숙객이 알몸으로 누워 추파를 보낸 것을 자신의 상관에서 보고했지만, 호텔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호텔측은 리코에게 다음부터 문제의 투숙객이 묵고 있는 방을 청소할 때 동료 직원을 함께 데리고 가라는 지시만 했다고 합니다.
두번째로 언급했던 바빙턴의 경우, 객실을 청소할 때마다 그녀의 이름표를 감춘다고 합니다. 왜냐, 투숙객들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할 경우, 거절당한 투숙객들이 자신의 꼬투리를 잡아서 호텔측에 말도 안되는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럴 경우 호텔측은 오히려 투숙객에게 과일 바구니를 올려보내 준다든가 아니면, 방값 할인 쿠폰을 줘서 사건을 무마해버린다고 합니다. 바빙턴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하더군요.
좋지 않은 소문이 퍼져 투숙객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한 호텔들이 문제를 일으킨 투숙객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분 상하지 말라며 달래가며 입막음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 의 경우 호텔에서 일하는 객실 청소 여직원들 가운데 불법 이민자들이 많은데, 투숙객들 가운데는 이런 여직원들의 약점을 노린 파렴치범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대처해야할까요? 호텔 객실 청소 여직원들이 투숙객들의 잠재적 성폭행 위협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호텔들도 예방 수단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호텔들은 투숙객들이 시청하는 TV 채널을 감시해서, 성인물을 즐겨보는 객실에는 남성 직원을 보낸다고 합니다.
또 여직원들이 호텔방을 청소할 때 항상 객실문을 열어 놓게 하고, 청소 카트로 객실문을 지지하게 해서 문이 닫히지 않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가 사건을 일으킨 '소피텔' 호텔의 경우, 스트로스칸이 투숙하기 전부터 이른바 'Open Door Policy'(문 열고 청소하기)를 실행해왔다고 합니다.
<법정을 나서고 있는 스트로스칸 전 IMF 총재>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까요? 기사를 보니 이런 말도 있습니다. 위에서 세번째 사례로 든 '바즈퀘즈'의 말인데, "투숙객들이 자신들보다 힘도 없고 돈도 없는 객실 청소 여직원들을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함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 호텔들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비용 절감을 위해 보안담당 직원과 청소 직원들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의 경기 침체로 성범죄에 노출된 호텔 객실 청소 여성들의 위험도 더 커졌다고 노동단체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상은 미국의 경우입니다만, 우리나라 호텔에서는 이런 일들이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호텔 객실 청소 여직원들을 상대로한 성범죄 기사를 본 기억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건들이 전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런 사건들이 있었는데, 호텔들이 은밀하게 무마해버렸는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고, 우리나라 호텔들도 스트로스칸 사건을 거울 삼아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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