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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역의존도 90%의 그늘

수출-내수 괴리…돈 깔고 앉아 있는 기업 탓

[취재파일] 무역의존도 90%의 그늘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 사는 건 다 아는 얘기다. 자동차나 반도체, 정유, 선박, 철강 등 주력 수출기업들은 지난해에도 장사를 잘 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9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갔다. 수출에 수입을 더한 것을 명목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값이니 전체 경제 생산 가운데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데, 지난해 87.9%까지 올라갔다.

무역의존도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40%대에 머물렀지만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52.8%로 50%를 넘어섰고, 1998년에는 63.0%로 훌쩍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에는 국제 유가와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해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치인 92.1%까지 치솟았다.

수출이 잘 되는데 뭐가 걱정이냐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 변수에 위험이 많이 노출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 경기가 좋을 때는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지만,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우리나라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이런 불확실성 외에 더 큰 문제는 사실 '내수-수출의 양극화'라고 본다. 즉 내수가 뒷받침되지 못한 상태에서 수출만 늘어날 경우 성장의 혜택을 국민이 골고루 누릴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제규모는 커져도 국민의 생활 수준은 그만큼 향상되지 못하니 상대적인 박탈감도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현재 그런 상황이다. 1분기 국내총생산, GDP는 4.2% 성장했다. 하지만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국내총소득, GDI는 0.6% 거꾸로 줄어 9분기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 지표가 나타내는게 무엇일까. 전체 경제 규모는 늘어나고 있는데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동결되고, 따라서 실질 소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예전에 일본을 일컬어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하다'라고 얘기하곤 했었는데, 우리도 다름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물가가 높아서 지출 여력이 줄고, 부동산 값은 여전히 실질소득대비 높은 수준이라면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 내수가 이렇게 침체되는 게 단순히 물가가 올라서만일까. 그렇지 않다. 수출로 돈을 많이 벌어들인 기업들이 그만큼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탓이 크다. 현재 상장사들의 현금 유보율, 기업 내 곳간에 돈을 쌓아두는 비율이 사상 최고로 치닫고 있다.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유보율은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1,200%를 돌파했다.

유보율이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영업 활동이나 자본 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얼마나 쌓아 두고 있는지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으면 자금 여유가 충분한 만큼 재무 구조가 좋다고 평가되지만 번 돈을 투자 등에 쓰지 않고 고스란히 쌓아두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 유보율을 높이고 있는데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서..."가 항상 그 이유다.

대기업들은 쌓아둔 돈으로 M&A에 열을 올리고 있다. M&A가 늘어나면 통상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사업 부문에 대한 조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일자리는 줄어든다.

이렇게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늘지 않고, 그럼 개인 소득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자연히 내수는 부진을 벗어날 수 없다. 새로운 기술과 장비에 대한 투자가 아닌 지속적인 현금 축적은 장기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내수-수출 괴리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항상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주제가 '서비스산업 선진화' 다. 제조업의 자동화 추세로 동일한 생산량 대비 노동투입량은 줄어들수 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일자리 창출은 서비스산업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란은 항상 전문직 집단, 기존에 고유한 특권을 누려온 집단의 반대에 부딪혀 흐지부지하고 끝나면서 지금껏 별다른 성과가 없다.

과거로부터 우리 정부는 우리 땅에 자원도 별로 없어 결국 물건을 만들어 밖에 내다팔아야 살길이 생긴다며 수출 중공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산업을 키워왔다. 그 덕분에 지금 조선업, 정유업, 철강업 등 우리를 먹여살려온 산업이 육성된 것이 사실이다.

이제 발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그간 수출산업을 키웠듯이 이제는 서비스산업에 대해 부처간 이기주의에서 탈피한 정부 전체의 로드맵이 등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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