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는 없다. 누가 얘기 했듯이 비행기는 엔진만 가지고는 날 수 없다.
남윤광 씨는 근위축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는 손가락 몇 개와 얼굴 근육 정도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먹는 것도, 화장실 가는 것도, 심지어 눕는 것도 못한다.
하지만 윤광씨는 보통 청년들과 다름없는 꿈을 꾼다. 그는 자신의 미래를 걱정한다. 어렵게 서울대까지 졸업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윤광 씨는 아직 호킹박사같은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도 주인공을 꿈꾼다. 중증장애인으로 서울대 졸업이라는 믿기 힘든 성과를 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다른 모든 청년들이 고민하듯이 대학 졸업 말고는 이룬 것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윤광 씨를 보면 모두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윤광 씨는 눈에 보이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장애를 넘어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에는 누군가 윤광 씨의 활동을 보조해 주어야 한다.
사실 우리도 꿈을 이루기 위해선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 이미 이루어 놓은 업적 위에 내 생각 하나를 덧붙이는 것이 성공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꿈과 목표를 이루는데 일방적인 도움이란 있을 수 없다. 서로의 꿈 속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있다. 윤광 씨를 돕는 광운 씨도 사회복지를 배우고 있는 후배다. 그는 윤광 씨의 꿈을 도우며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있다.
지금 당장은 주인공이 아니다. 또 주인공이 되는 과정은 ‘혼자서도 잘해요’가 아니다. 행복한 과정을 서로에게 베풀며 살다보면 그 과정들이 너무나 빛나는 순간이었을 깨닫게 된다.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에게는 그를 위해 헌신한 누군가가 있었다. 한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너무나 아름답다. 돕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은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더욱 극적인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같이 살아가고 있는 동반자가 아닐까.
장애가 있다고 해서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을 돕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사회 안에서는 모두가 이런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장애가 있다고 혹은 가난하다고 가능성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공 정책은 이럴 때 제 역할을 하게 된다. 가능성이라는 당연한 권리를 못 누리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것. 그것이 복지 제도다. 윤광 씨 같은 중증 장애인의 경우 정부에서 활동 보조인을 지원받는다. 하지만 한 달에 100시간이라는 제한은 간신히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먹고 화장실 가고 씻고 눕고 앉고 컴퓨터로 세상과 대화하고. 윤광 씨에게 쉬운 일이란 없다.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시던 윤광 씨의 엄마는 너무 고생해서인지 암으로 투병하다 먼저 하늘로 돌아갔다. 아버지도 직장을 그만두고 윤광 씨를 돌보다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장애가 있더라도 가능성과 잠재력은 보장받아야 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하루하루의 삶이 버겁다. 장애가 있는 사람의 짐을 그 가족만 지게 해서는 안 된다. 제2, 제3의 호킹 박사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포기하는 것이다.
지금은 주인공처럼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모두 주인공이다. 팔다리 멀쩡한 범죄인이 있는 것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단지 ‘동등한 출발’이라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을 보살피고 아니고 문제보다 더 큰 의미의 권리다. 그들도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들도 도움 받을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받을 수 있다.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복지가 아닐까.
* 84년생 남윤광 씨는 척수성 근위축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 2003년에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서 지난해 여름 경제학과 사회복지학 전공으로 졸업했다. 어머니가 2006년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 두 달 전부터 인천에 있는 한 사립복지시설에서 생활한다.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활동보조인 제도로 한달에 100시간 한도내에서 도우미를 지원받고 있다. 윤광 씨는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 활동보조인이 더 오랜시간 도와주기를 원한다.
남윤광 씨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loveyk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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