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났습니다. 고시원에 살던 50대 남성이 자기 방에 불을 지른 것입니다. 경찰에 체포된 이 남자는 이틀 뒤 풀려나 같은 고시원에서 계속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한 달여 만에 고시원 주인을 살해하려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죄를 지으면 감방 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의자를 구속시키는 데도 여러 절차가 필요합니다. 경찰이나 검찰이 피의자를 검거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나 검찰의 판단으로 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그 영장 신청을 '기각'할 수 있게 됩니다. 죄를 지은 이유나 경중을 따져 피의자를 구치소에 감금한 상태로 수사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사건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방화미수 혐의로 붙잡힌 5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습니다. 풀려난 남자는 한 달 뒤 자신이 불을 낸 고시원으로 돌아갔습니다.
같은 고시원에 생활하던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한 달 전 불을 질렀을 때 고시원 전체로 번졌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감방에 갈 줄 알았는데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풀려난 이후 고시원 복도를 물바다로 만들었던 일도 있었고, 술을 자주 마셔 곧잘 사고를 쳤다는 얘기….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결국 한 달여 만에 주인을 흉기로 찌르기까지 했습니다. 경찰은 이런 진술과 고시원에 거주하는 이 남자가 도망갈 위험이 있고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구속시켜야겠다고 판단합니다.
이에 대해 관할 법원은 "피의자가 안정적인 직업이 있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불이 번지면 자기가 나서서 끄려고 했다는 진술에 따라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의 입장도 이해할만 합니다. 이 남자는 자기 방에 불을 질렀지만 곧바로 불을 껐고, 나름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 고시원에 매번 방세도 밀리지 않았고, 또 무엇보다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었다는 겁니다. 또다시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될 것이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법원은 보통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 2가지를 구속 사유로 판단하는데,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것 같아 구속시킨다', 즉 '재범의 우려'는 구속의 필수 요건은 아닙니다. 한 번 문제를 일으킨 피의자가 또다시 범행을 할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에 구속시킨다는 건 엄청난 인권 침해를 불러올 수도 있고요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겠죠, 같은 종류의 전과가 많다든지...).
실제 이번 고시원 사건 이외에도 얼마 전에는 수원 일대에서 절도 전과가 많은 30대 남성 2명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하지만 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지 열흘 만에 강도 살해 혐의로 또다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 놈을 풀어줘서 또 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치한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만 이 사건 역시 쉽게 단정짓기에는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기사는 참 어려웠습니다. 한 사람을 우선 사회로부터 격리시킨 상태로 수사를 함으로써 추가 범죄를 예방하는 게 우선일지, 아니면 불구속 수사라는 원칙을 지키고 사람의 인권을 먼저 고려해야할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과연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일까요?
[취재파일] 구속해야 할까요, 풀어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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