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주용중 정치부 정당팀장은 3월 3일자 35면 '대통령이 재보선 공천까지 하나'라는 칼럼을 통해 청와대의 의중이 '엄기영 카드'라는 점을 밝혔다. 그런데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엄기영 카드는 불안한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솔직한 심정인 것 같다.
동아일보도 3월 2일자 사설에서 "한나라당으로선 강원도지사 자리를 되찾아 오는 것이 급하겠지만 엄 전 사장을 공천함으로써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라고 조언한 바 있다.
이렇게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언론도 불안해 하는 엄기영 카드를 강행한 청와대의 속내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인지도' 빼고는 생각할 것이 없다. 인지도로 선거에서 승리한 케이스는 2006년 서울시장 선거의 오세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지도만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은 과거 오세훈의 경우처럼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수적인 언론도 이미 간파하고 있는 듯하다.
보수적인 시각은 조갑제의 비판을 통해서도 만만치 않게 청와대를 자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기영 카드라는 초강수를 사용한 청와대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엄기영 외에 다른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대 정당으로 인재가 많은 것 같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최문순에 대적할만한 카드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승수는 본인이 정치를 안한다고 선언했고, 지난번에 이광재와 대결해서 패한 적이 있는 이계진은 곧바로 출마하는 것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도 측면에서 상당한 엄기영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마땅한 인재가 없어도 한나라당이라는 깃발만 꽂으면 당선권 안에 들었던 시절이 있지만, 그런 좋은 시절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인지도만으로', '여당이라는 어드벤티지'만으로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유권자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확실히 보수적인 언론에서도 인정하듯이, 엄기영 카드는 청와대로서는 모험이다.
이인배 SBS U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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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다음뷰'에도 송고됐습니다.)
[U포터] 한나라당의 엄기영 카드, 보수적인 언론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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