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돌이'를 아시나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제일 먼저 세탁기가 검색되는데요, 세탁기 얘기는 아닙니다. 통돌이는 어린이집 외벽부터 아래로 빙글빙글 내려온 시설입니다. 어린이집에 설치된 원통형 대피시설인 거죠. 화재가 났을 때 아이들이 탈출하는 통로가 됩니다.
오래 전부터 설치된 곳도 있기는 하지만 2007년 말에 정부가 자금 지원 방침을 정하면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설치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통돌이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출입구가 닫혀 있고, 화재에도 약한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출구는 확인했지만 입구를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떤 어린이집도 쉽게 입구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한 경우도 수차례…. 어렵게 한 곳에서 입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제보 내용처럼 입구는 막혀 있었습니다. 잠겨있는 것이 아니라 나사로 단단히 박혀 있었습니다. 대피는커녕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다른 곳도 가봤습니다. 잘 되어있다는 어린이집은 이중창에 방범창까지 겹겹히 막혀있어 비상 상황에는 쉽게 창문을 열기가 어려워 보였습니다.
왜 막혀 있느냐는 질문에 어린이집 원장님들의 말은 한결 같았습니다. 외부에서 애들이 출구를 통해 거꾸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실제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안전사고가 난 적도 있었고 불이 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출입구를 막아놓는다는 항변이었습니다. 심지어 절도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도둑맞은 줄 몰랐어요. 우리 도둑질한 사람이 그랬대요. 어린이집에서 훔쳐갔다고. 그리고 서랍 보니까 선생님들 지갑 넣어 놓고 다니는 거 잃어버리고…. 그래서 우리가 이거 막아 놓은 거예요."
하지만 막아놓을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린이집 운영 시간에는 문을 열어놓고, 퇴근할 때 문을 잠가 놓는다고 말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어린이집 관계자 말처럼 운영되는 곳도 있었지만 계속 잠긴 상태로 있는 곳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아마 사용하지도 않은 시설이니 열고 닫는 것이 귀찮아서 잠근 채 놔두었을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한 어린이집에서는 더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꼬불꼬불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만들어진 통돌이를 어린이집 원장님은 전혀 못쓴다고 말했습니다. 이 어린이집은 4층에서 설치가 됐는데 경사도가 너무 심해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소방훈련도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설치를 하지 않으면 소방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물게 되고, 허가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화재 대피 시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불연재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플라스틱 성분으로 만들면 불에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통돌이에 아무리 방염처리를 한다고 해도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재 시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하는데 원통형으로 만들어져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아이들이 질식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실제 울산에서는 통돌이에서 불이나 아이가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결국 비상시에 사용해야할 시설이 무용지물이 된 것입니다. 관계 법령을 만드는 보건복지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2009년 7월, 관계 법령을 바꿨습니다. 지붕이 개방된 직선형 미끄럼대 또는 반원통형의 나선형 미끄럼대를 설치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재질은 불연재 또는 내열성이 있는 금속 합성수지재로 정해놨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또 발생합니다. 세부기준을 살펴보면 2009년 7월 3일 이전에 설치된 원통형 미끄럼대의 경우 불량 또는 위험한 경우 직선형 , 반원통형 등 현행 기준으로 재설치하라고 규정해놨습니다. 하지만 '불량 또는 위험한' 이라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 문제를 담당하는 시와 구청의 담당과에 가봤습니다. 하지만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기존에 설치한 어린이집은 바꿀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 어린이집에서 느끼는 내용은 달랐습니다. 상당수가 올해 말까지 바꿔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통돌이 설치비용은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들 정도로 가격이 비쌌는데 2~3년만에 또 교체를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민간 어린이집은 교체비용이 부담이 돼 당연히 반발했습니다. 국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구립 어린이집은 결국 예산을 낭비한 셈이 됐습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어린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언제는 자금 지원까지 하며 설치하라고 했다가 몇 년 안 되어 다시 바꾸라고 하니 지자체도 어린이집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일부 어린이집의 무관심 때문에 자칫 그대로 놔두면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 말대로 대피 시설은 아이들이 있을 때는 분명 사용 가능하도록 열려있어야 합니다. 정부의 분명한 정책과 어린이집 운영하시는 분들의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취재파일] '통돌이'를 아시나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