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생을 통째로 모험과 탐험에 투자할 수 있다면 그것도 큰 행복입니다. 산 사나이 박영석의 삶이 그렇습니다.
친환경 '스노 모빌'로 남극점을 정복한 박영석 대장을 '人스토리'에서 만났습니다.
기록의 사나이라 불리는 산악인이자 탐험가 박영석 대장.
지난 93년, 에베레스트를 산소 없이 등정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불과 8년 사이 히말라야의 8천 미터가 넘는 14개 봉을 등정하고, 7대륙의 최고봉은 물론 남·북극점까지 잇달아 정복했습니다.
이른바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기네스북에도 올랐습니다.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태양열 충전의 친환경 스노 모빌을 타고 남극점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12월 19일 남극 베이스캠프를 출발한지 41일 만입니다.
1천 2백 킬로미터를 걷고 달린 것입니다.
위업을 이루고 귀국한 박영석 대장을 만났습니다.
[이혜승/아나운서 : 감회가 남다르실 거 같아요.]
[박영석/남극 '그린 원정대' 대장 : 사람들이 다 실패할 거라고 예상했던 일을 저희가 성공했다는 것, 그리고 서양에서 시도조차 못 해본 일을 저희가 시도를 했고 성공했다는 것 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거 같고요.]
이번 원정지로 남극을 정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지구 수자원의 60%가 남극에 있다고 하거든요. (지구 온난화로) 그 얼음덩어리가 다 녹아내리면 세계 지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바다 염도가 낮 아지기 때문에 바다 생태계는 다 멸종하는 거죠.]
환경보호를 기치로 이름을 '그린 원정대'라 짓고, 스노 모빌의 연료도 태양열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원정과정은 험난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예상보다 흐린 날씨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원정 41일 가운데) 20일이 날이 흐렸어요. 저희가 태양광을 이용해 에너지 충전을 해서 가야 하는데 태양광을 못 구하니까 태양빛만 나오면 그냥 서서 모든 솔라판(집열판)을 내려서 하루에 한 4번까지 저희가 그걸 폈다 접었다 했어요.]
영하 30도의 혹한과 눈 폭풍도 몰아쳤습니다.
남극점을 1백여 킬로미터 앞두고 식량이 떨어져 마지막 이틀은 굶다시피했습니다.
[아무것도 안 보여요. 화이트 아웃(주변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이 걸리면 앞뒤 좌우 위아래가 구분이 안 됩니다. (눈 폭풍에) 그냥 구름 위를 걷는 거 같아요. '이 짓은 못 하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제가 '그만 합시다'라고까지 했어요. 대원들도 지쳐서 거의 공포 상태가 되고.]
매순간 무너져내리는 자신과의 싸움이 무엇보다 힘들었습니다.
[제가 언제 어느 순간에든 그냥 주저앉을 수가 있거든요. 사람이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요. 누우면 자고 싶고 이게 사람 심리인데 자신과 타협하면 안 됩니다. 자신과 타협하는 순간 그 원정은 끝이에요.]
대원끼리 사투에 가까운 격려가 없었다면 남극점 정복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대원들의) 눈빛이 '이건 포기할 수 없다, 끝까지 가야겠다' 그런 독기가 눈빛에서 보이는 거예요. 그 눈빛이 제 희망이었어요. 그 눈빛 때문에 저도 힘을 내고 다시 대원들을 추슬러서 갔고.]
고난과 고통을 헤치고 마침내 남극점 정복에 성공한 박영석 대장.
그가 생사를 건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새로운 것을 개척한다는 것. 남이 불가능하다는 일을 내가 시도해 본다는 자체만으로 그건 큰 희열입니다. (탐험은) 제 인생이고, 제 삶이고 제가 도전을 안 하고 탐험을 안 간다면 제 삶의 의미가 없죠.]
그는 실패의 쓰라림도 숱하게 겪었습니다.
8천 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봉우리에 31번을 도전해 13번을 실패했고, 91년에 에베레스트 첫 등정 때는 절벽에서 추락해 중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30여 년의 원정에서 열 한명이나 되는 동료를 잃은 것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고통입니다.
[같이 따라 죽고 싶죠. 제가 대장인데, 제 (자식같은) 대원들을 잃었는데 그건 말로 표현 못 해요. 은퇴까지도 생각했고. 산을 못 다니겠더라고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런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죽은) 대원들 몫까지 살아야 하거든요.]
성공 가능성이 1%만 있어도 도전에 나서는 박영석 대장.
그는 도전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불굴의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때로) 실패가 두려워서 도전을 안 합니다. 그런데 정작 두려운 건 실패가 아니라 실패가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는 그 자체거든요. 저는 툴툴 털고 도전을 좀 했으면 좋겠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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