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을 틈타 야생동물 불법 포획이 극성을 부리고 있으나 상습 밀렵꾼 엄벌을 위한 야생 동.식물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20일 강원도와 강원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도내 각지에서 적발된 밀렵.밀거래 사범은 모두 42건에 53명이며, 야생동물 730여 마리가 불법 포획됐다.
전국적으로 밀렵꾼에 의해 밀렵.밀거래된 야생동물은 2007년 3천578마리, 2008년 4천716마리, 2009년 8천278마리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 중에는 황조롱이와 구렁이 등 멸종위기종도 다소 포함됐다.
이같은 밀렵은 최근 폭설로 먹잇감을 찾지 못한 야생동물이 탈진상태로 산에서 내려오거나 폭설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 등 포획이 쉬워지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7일에만 폭설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고라니를 불법 포획한 밀렵사범 3명이 강릉경찰서에 붙잡혔다. 이들 가운데 이모 씨는 지난 11일 오후 강릉시 성산면 산북리 야산에서 폭설로 인해 먹이를 먹지 못해 굶주린 고라니를 나무 몽둥이로 때려잡은 혐의를 받고 있다.
동해경찰서도 18일 폭설로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온 야생 고라니 2마리를 노끈을 이용해 불법 포획한 혐의(야생 동.식물보호법 위반)로 김모(6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밀렵.밀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야생동물 불법 포획 사범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최근 전국을 휩쓴 구제역 차단방역 여파로 밀렵감시단의 감시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는데다, 양구.인제에서 운영되던 순환수렵장도 잠정 폐쇄돼 공급이 달리면서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면서 밀렵꾼들이 건강원 등에 공급할 물량 확보에 혈안이 된 상태라는 것이다.
심지어 순환수렵장 폐쇄로 수렵용 총기가 경찰관서에 보관돼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사냥개와 창을 이용한 잔인한 수법의 밀렵도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밀렵꾼들에 대한 사법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밀렵근절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행 야생 동.식물보호법상 야생동물을 밀렵.밀거래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있지만 실질적인 처벌은 소액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지난해 8월 상습 밀렵꾼에 대한 법정 최고형을 징역 5년에서 7년으로 높이고, 벌금형 조항을 아예 없애는 내용의 야생 동.식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가 공전하는 탓에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밀렵.밀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성행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며 "밀렵꾼은 한 번에 많은 돈을 벌지만 2009년 밀렵꾼 220명 중 벌금 100만원 이하 형을 받은 비율이 80%를 넘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야생동물보호협회 윤종성(55) 춘천시지부장은 "구제역 방역활동 등으로 밀렵감시가 여의치 않다 보니 야산은 불법 엽구 천지이고 밀렵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어렵게 밀렵꾼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넘기더라도 불구속으로 금방 풀려나고 처벌도 소액의 벌금형에 그쳐 감시활동 의욕마저 꺾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폭설속 '끔찍한' 야생동물 밀렵 '극성'
처벌은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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