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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학교 '정중한 요청'…경찰 교문 밖에서 대기

"오히려 반항심리 자극…학교자율 맡겨야"

졸업식 학교 '정중한 요청'…경찰 교문 밖에서 대기
11일 졸업식을 치른 서울 강북구의 한 중학교 교정.

졸업 시즌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다른 학교에서 흔히 목격됐던 정복 경찰관들의 교내 순찰 광경을 이 학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철저한 예방교육을 했으니 경찰은 교문 밖에서 대기해달라는 학교 측의 '정중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알몸 뒤풀이 등 선정적, 폭력적인 졸업식 일탈행동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지만 일 년에 한 번뿐인 축제에 교내까지 진입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학교는 대신 교복을 찢지 못하도록 졸업생들에게 사복 차림으로 오도록 했고 학교 앞에서 생활지도부 교사들이 계란, 밀가루, 케첩 등 '뒤풀이 용품'을 샅샅이 뒤졌다.

그 덕분에 경찰 순찰차와 의경들은 교문에서 좀 떨어진 큰길에서 대기했다.

이 학교 윤모 교감은 "몇몇 아이들이 오히려 적개심을 품고 반항심리를 갖게 되거나 학부모님들한테 괜한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을까 염려돼 경찰이 교문 주변이나 학교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윤 교감은 "다만 주변 주택가나 우범지역의 계도 활동은 협조를 부탁했는데 아이들과 부딪치더라도 너무 강압적으로 몰아붙이지는 말고 순시 정도만 하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학교 생활지도부장인 곽모 교사는 "언론에서도 한두 사람의 잘못을 전체의 일인 양 꾸짖고 예전부터 있었던 일을 과장해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며 "지역이나 학교마다 특색이 있는데 학생들에게 좀 편하게 대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봉구의 다른 중학교 학생부장 강모 교사도 "경찰이 졸업식에서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을 것 같아 행사장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선생님들이 사전에 집중적으로 교육했고 오후 6시30분까지 단속할 예정이다. 교사들 일은 교사들이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의 한 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학생들도 보고 듣는 게 있으니 스스로 판단해 될 수 있으면 문제 되는 행동을 삼가는데, 강압적으로 소지품을 뒤지는 등 지나치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면 위화감만 조성한다"고 비판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유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문화 이벤트를 만들어 주려는 노력은 전혀 없고 학교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라고만 강요하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워낙 경찰이 단속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흘러가다 보니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같은 학교 생활안전부 권모 교사도 "내년엔 이런 분위기가 없어져야 한다"며 "16살이면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데 경찰이 나설 것까진 없다. 실수를 하더라도 학교에서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동작구의 한 중학교 교장도 "교문 앞에 순찰차가 있으면 좋은 날 학생들과 우리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이든 사무든 늘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 실제로 자율은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생들은 경찰보다 학교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교외에서 일어나는 일은 몰라도 교내 문제는 학교에 전적으로 맡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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