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울음소리를 혹시 들어보셨나 모르겠습니다. 노루가 그냥 내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고통과 슬픔으로 울부짖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 말이죠. 저는 유감스럽게도 최근에 들어봤습니다. 밀렵 취재를 하면서 말입니다.
허리에 올무가 감겨서 살을 파고드는데 벗어날 수는 없고, 게다가 사람이 구조대였지만 노루가 알 턱이 없죠. 다가오고 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요. 노루는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발버둥을 치면서 비명을 지릅니다. 글로는 표현이 부족하네요. 지난 주 토요일에 방송된 제 리포트 앞 부분에 그 비명소리가 들어 있습니다.
아직도 겨울철에 야생동물 밀렵이 끊이질 않습니다. 아니, 더 심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먹이가 부족한데, 대규모 먹이주기 행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이다 보면 구제역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 취소됐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이 더 민가 쪽으로 내려오는데, 구제역 방역에 온 힘을 쏟다보니 또 단속은 좀 약해진 것이 현실입니다. 그 틈을 타서 밀렵이 성행을 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니 온갖 밀렵 도구들이 산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은 실제로 지난해보다 두세 배는 더 많이 걷히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특히 스프링 올무라는 물건이 인기였습니다. 보통 올무는 동물이 매듭 안에 걸려서 허우적 대면서 조여들게 되어 있는 반면, 스프링 올무는 군에서 쓰는 부비트랩 같은 형태입니다. 가느다란 실을 묶어놨는데, 이 선을 건드리는 순간 스프링이 확 오그라들면서 매듭을 조여버리는 것이죠. 한 5년 전부터 부쩍 그 수가 늘어났다고 하더군요.
이 스프링 같은 물건들은 농민들이라면 하우스 등등에 워낙 많이 쓰는 물건인데다, '스프링 올무 세트' 같은 것을 만들어서 만 원 정도에 파는 사람들도 적지 않답니다. 심심풀이로, 혹은 부업 삼아 산에 이 올무를 걸어 놓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창애라는 덫도 줄어들고는 있지만 아직 여기저기에 깔려 있습니다. 나무 막대기를 한 번 넣어봤는데 '철커덕'하면서 순식간에 두동강을 내더군요. 보통 이 창애 위에 나뭇잎 같은 것을 덮어두기도 하니까 산에 올라갔던 사람이 잘 못 보고 밟기라도 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년에도 밀렵 취재를 했었고 취재파일도 썼었습니다. 산 채로 털이 뽑혀서 바들바들 떨던 멧비둘기 이야기였지요. 올해도 이렇게 밀렵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야생동물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되는 생명이란 생각을, 어떻게 하면 이런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까요. 참 뒷맛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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