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이 5개월째 진행 중인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가 막판에 난관을 뚫지 못한 채 표류할 확률이 높아졌다.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 그룹 재무총책임자(CFO)인 홍동옥 여천NCC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5명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이번에도 모두 기각함으로써 막바지 국면에 이른 수사를 이끌 동력이 급속히 약화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고, 피의자들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해 말 구속영장이 기각된 홍씨의 신병을 확보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혐의를 입증키로 하고 한 달 넘는 보강조사를 벌인 끝에 재시도한 홍씨의 구속수사가 이번에도 무산된 것이다.
검찰이 애초 한화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다가 여의치 않자 기업수사의 단골메뉴로 꼽히는 횡령과 배임 쪽으로 수사방향을 사실상 틀다시피 했는데도 홍씨 등의 영장 기각으로 이마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은 검찰로선 아픈 대목이다.
홍씨 등에 대한 영장이 다시 기각되자 검찰이 "이들의 횡령ㆍ배임ㆍ주가조작 등 범행으로 회사 측이 안은 손실이 5천121억원에 달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은 검찰의 이런 속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비리를 주도한 장본인으로 지목한 홍씨에 대한 구속 시도가 두 차례나 무산된 데다 5개월째 이어진 공개수사에도 아직 이렇다 할 수사실적이 나오지 않은 점을 들어 '검찰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또 그동안 검찰이 그룹 본사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그룹 관계자 수백명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협력사 부정지원, 주식 헐값 취득 등에 대해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지만, 주요 연루자를 상대로 네 차례나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됨으로써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더 커지게 됐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검찰의 한화그룹 수사를 놓고 `신속한 환부 도려내기가 아니라 곁가지 수사'라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방해한 한화그룹 협력업체 직원 4명과 주식사기를 벌인 전직 그룹 임원 1명을 구속했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해당 사례가 조직적 횡령ㆍ배임이라는 사건의 핵심 의혹과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감을 얻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검찰은 애초 구정 연휴 전후로 김 회장 등 핵심 연루자의 신병처리를 모두 결정하고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었으나 이제는 일정의 지연도 감수한다며 불요불굴(不撓不屈. 한번 먹은 마음이 흔들리거나 굽힘이 없음)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은 홍씨 등이 법원 영장실질 심사에서 3천500억원대의 그룹자금 지원 등을 '정당한 경영판단'이라고 항변해 일단 구속을 면했지만, 판례를 볼 때 범죄행위가 명백한 만큼 영장의 3차 청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2005년 한화그룹의 위장계열사인 제일특산과 관련된 배임 사건에서도 김연배 부회장이 피의자 홍씨와 같은 주장을 폈지만 결국 유죄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1천77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홍씨 등의 횡령ㆍ배임을 지시한 혐의가 있다며 지난해 말까지 세 차례 불러 조사했고 현재 사법처리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검, 한화 비자금 수사 막판에 표류하나
영장 또 무더기 기각에 수사동력 급속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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