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가 직접 겪은 일인데요, 여느 때처럼 메신저를 켜놨는데 친구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맞춤법, 띄어쓰기 등은 무시한 메신저 대화 내용임을 감안해 주시길)
김00 님의 말 : 안녕
김00 님의 말 : ㅎㅎ
심영구 님의 말 : 어
심영구 님의 말 : 부평?
김00 님의 말 : 머해
심영구 님의 말 : 뭐 기사 기획 중이다...ㅎ
김00 님의 말 : 바뻐 /.
심영구 님의 말 : 걍.. 괜찮아
김00 님의 말 : 부탁좀 하나할수잇을까?
김00 님의 말 : 급해서 그러는데
심영구 님의 말 : 응
김00 님의 말 : 내가 지금 좀 급하게 이체를 해줘야할 곳 잇는데 카드를 두고 와버렷거덩 ㅠ
김00 님의 말 : 딱히 부탁할사람도 없고 해서 그러는데
심영구 님의 말 : 어 불러라
김00 님의 말 : 대신점 먼저 해줄수 잇을까?
김00 님의 말 : 저녁에 바로 돌려줄꼐
김00 님의 말 : 3백정도 해줘야하는데
김00 님의 말 : 가능해?
심영구 님의 말 : 잠깐만..
김00 님의 말 : 머하는데
심영구 님의 말 : 응 괜찮다..
심영구 님의 말 : 3백원?
심영구 님의 말 : ^^
김00 님의 말 : 장난해 ㅠ
심영구 님의 말 : 불러봐
김00 님의 말 : 가능해?
김00 님의 말 : 새마을 0423 1000 73594 송**
김00 님의 말 : 여기로 해주면 대
심영구 님의 말 : 지랄하고 있네
심영구 님의 말 : 똑바로 불러봐
김00 님의 말 : 장난하나
김00 님의 말 : **새끼
심영구 님의 말 : 야 이 새끼야 사기치려면 제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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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와의 대화는 여기까지였습니다. 허물없는 친구였기에 이체를 해주려고 했는데 당시 통장에 잔고가 부족했고, 그래서 어떻게 해줄까 생각하다보니 좀 이상해서 바로 친구에게 전화했죠.
다행히도 저는 이렇게 '메신저 피싱' 사기를 피할 수 있었지만, 피싱 사기 피해자는 여전히 많습니다. 사기수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요.
금융감독원에 집계된 피싱 피해자는 2008년 8454건, 피해금액 877억 원에서, 2009년 6720건, 621억 원, 올해는 10월까지 4261건, 434억 원에 이릅니다.
피싱 피해가 늘다보니, 금융감독원에서는 2007년부터 은행 등 금융기관에, 의심계좌로 송금이 되면 송금한 사람에게 확인하고 일단 지급정지하도록 요청했습니다.
통상 피싱에 당하면 송금을 한 뒤 범인이 바로 현금을 인출해가게 돼 돈을 찾을 길이 막막해지는데 이 조치로 인해 범인이 돈을 빼가는 걸 방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돈이 계좌에 남아있다고 해도, 피해금을 돌려받으려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이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합니다. 비용도 그렇지만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계좌 명의인의 이름과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른바 '대포' 계좌를 사용하는 경우엔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통상 6개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피해자들은 피싱으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 외에도 이 돈을 찾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면서 추가 비용과 함께 시간과 각종 노력들, 즉 2차 피해를 당하는 셈이죠.
피싱 피해가 점차 늘어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자, 피해구제법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2008년 12월 [보이스피싱 피해보전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고요,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2009년 10월 [전화금융사기 등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첫 발의 이후 1년 9개월이나 시간이 지났지만 어쨌든 해당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에서는 지난 9월 29일 이 두 법안을 병합한 대안을 마련,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특별법이 시행되면, 피해자는 금융기관에 사기이용계좌의 지급 정지를 신청할 수 있고요,(현재는 법적 근거는 없이 임의로 시행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금융기관은 거래내역 등을 확인해 사기로 인정될 때 지급정치를 하게 되고, 다시 금융감독원에 해당 계좌의 예금채권에 대해 채권소멸절차를 위한 공고를 요청합니다.
그러면 금감원은 2달 동안 공고를 하고 이 기간에 계좌 명의자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하지 못할 경우엔 채권이 소멸, 피해자는 금감원이 결정한 피해환급금을 지급받게 되는 거죠.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 절차가 남긴 했지만 여야 합의로 상임위 단계까지 통과된 만큼 법 제정은 시간 문제로 보였고, 실제로 여야도 대표적인 서민, 민생법안인 만큼 올해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12월 8일 한나라당이 내년도 예산안과 몇몇 법안을 야당의 반대에도 강행처리하면서 이후 모든 국회 일정은 중단됐습니다. 그리고 12월 9일 올해 정기국회는 마감됐습니다. 야당이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한나라당은 거부했습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내년 1월은 물론, 2월 임시국회도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한나라당이 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이번에 처리한 법안은 4대강 주변 구역을 개발하는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 서울대 법인화법 등으로, 위에 언급한 피해구제법은 빠졌습니다. 야당도 이 법에 대해서는 9월 상임위 처리 이후에 한번도 거론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법안은 법사위에 계류된 채로 처리가 유보됐습니다.
본회의 통과 뒤 공포돼도 시행령, 시행규칙 마련 등 준비기간을 감안해 시행은 6개월 이후로 규정했기 때문에 본회의부터 빨리 처리시켜야 할 텐데요,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야의 서민행보, 민생정책 경쟁이 거창한 구호와 연말연시 기관 방문 등도 필요하겠지만 법안 하나를 챙기는 세심함이 이번엔 특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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