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를 더 이상 미루면 안될 것 같다. 클래식 음악계 ‘슈퍼스타’ 랑랑을 인터뷰한 지 벌써 2주이상 지났으니. ‘문화강국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TIME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사람.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노벨 평화상 시상식 기념 공연, 뮌헨 월드컵 기념 공연, 광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식 등 초대형 이벤트에 빠지지 않는 이름. 랑랑의 화려한 경력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랑랑의 공연은 끝났고 한국을 떠난 지도 오래지만, 어딜 가나 뉴스의 초점이 되는 랑랑을 인터뷰하고도 글 한 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게다가 방송 뉴스에는 여러 가지 사정상 랑랑의 인터뷰를 내지 못했다. 그러니 이미 ‘지나간 기차’이고 ‘뒷북’이라 하더라도, 랑랑 얘기를 좀 해야겠다.
랑랑을 만난 것은 12월 2일 저녁, 국립현대미술관에서였다. 랑랑 리사이틀은 12월 4일에 열렸지만, 그는 내한 기간 내내 리사이틀 외에도 많은 일정을 소화하며 무지무지 바쁘게 보냈다. 그의 내한 첫 일정이 바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메이드 인 팝랜드’ 전시회 명예홍보대사 위촉행사였다. 그는 이 날 이 행사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전세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
악천후 때문에 그의 도착은 예정보다 많이 늦어졌다. 미술관측에서 초청한 관객들은 미술관 전시장 중앙 홀에 마련된 연주회장에서 그를 기다렸다. 랑랑의 특별연주를 위해 설치된 무대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작가였던 야나기 미와의 거대한 사진작품들로 둘러싸였다. 미술관 관계자는 ‘랑랑이 세긴 세다. 20억짜리 병풍 놓고 연주하는 셈’이라며 웃었다.
랑랑은 미술관측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그 자리에서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7번 3악장과 쇼팽 연습곡 Op 27, No. 1을 연주했다.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와 기막힌 테크닉은 여전했다. 그는 어려운 곡도 아주 쉽게 들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앙코르 연주를 원하는 관객들이 많았지만, 랑랑은 ‘저 내일 모레 공연하거든요. 그 때 보러 오세요!’ 하고 재치 있게 자리를 마무리했다.
연주가 끝난 후 즉석에서 청중과 간단한 Q&A도 이뤄졌는데, '당신은 너무 일정이 많은데 언제 연습하느냐. 인풋 없이 아웃풋만 내다 보면 한계에 부닥칠 거라는 얘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싱긋 웃으면서 '나는 연습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다. 공연을 하면서, 그리고 다른 연주자의 연주를 통해서도 배운다. 아, 물론 내게 연습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워주는 얘기로 고맙게 듣겠다'라며 능숙하게 받아넘겼다. 행사를 모두 마친 뒤에는 관객이나 미술관 직원들의 사인 요청이 이어졌는데, 랑랑은 역시 유쾌하게 응대해 줬다.
나는 미술관 회의실에서 랑랑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랑랑은 미술관측에서 랑랑을 위해 미리 갖다 놓은 간식거리 중에 검은콩 두유를 골라 마시며 ‘이거 정말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교적이고 유쾌한 젊은이다. 랑랑과 인사하며, 2005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을 때도 인터뷰한 적이 있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Oh, my god, 2005? I was so young!’’ 한다. 하하. 그는 28살이니 아직도 굉장히 젊다.
인터뷰를 시작하려 하자 그는 카메라 기자 이병주 씨에게 ‘얼굴 너무 크게 나오지 않도록 조금 멀찌감치서 찍어달라’고 했다. 이 말에 이병주 기자도 웃었다. 그래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마주 앉아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래 사진처럼.
Q. 미술관에서 연주하고, 전시회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미술과 음악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A. 결국 모든 것이 음악과 연결되는 것 아닌가. ‘메이드 인 팝랜드’ 전시회의 주제가 참 마음에 들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아시아 지역에 중점을 둔 것도 좋다. 연주하기 전에 잠깐 둘러봤는데, 작품들이 정말 창의적이고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나는 연주하는 도시마다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미술관을 들른다. 미술과 음악은 훌륭하게 어울린다. 미술관에서 공연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Q. 이번 내한공연의 의미에 대해 얘기해 달라.
A. 2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한다. 2년 전 공연할 때도 12월이었다. 이번 연주는 나에게 아주 중요하다. 베토벤 소나타를 한국에서 처음 연주하게 된다. 최근 나의 새 음반이 멀티미디어 형태로 발매됐다. 이 음반에 실린 비엔나 공연 실황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한다. 2년간 해온 내 작업의 결과물을 나누고 싶다.
나는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이 정말 즐겁다. 리사이틀도 하고, 협연도 했는데, 한국 음악 팬들은 지적이고, 열정적이다. 한국 공연에서는 연주를 시작하기도 전에, 무대로 나오자마자 청중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놀랍고 환상적이다.
Q. 아이패드로 연주하기도 하고, 3D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하고, 당신은 첨단기술과 굉장히 친한 것 같다.
A. 아,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패드를 연주한 게 아니라 ‘매직피아노’라는 어플을 연주한 것이다. 나는 이 어플의 공동 제작자(One of the producers)다. 앞으로 이 어플로 더 많은 곡들을 연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3D는 정말 좋은 프로젝트다. 소니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작업하고 있다. (얼마 전 그가 소니뮤직으로 소속사를 옮기면서 300만 달러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은 것이 음악계 화제가 됐다. 그는 소니의 첨단 기술을 이용한 여러 프로젝트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다른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기술은 언제나 음악 세계를 확장하는 열쇠였다. 3D는 요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다. 어떻게 혁명적인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3D 사운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배우려고 하고 있다.
Q. 3D 사운드? 3D 사운드로 녹음할 계획도 있는 건가?
A. 내년에 리스트를 3D 사운드로 녹음하려 한다. 첨단 음향기술을 접목시킨 레코딩이다.
Q. 기술이 어떤 식으로 음악세계를 확장시키는가?
A 우선 기술은 음악세계를 좀 더 충만하게 만든다. 기술을 통해 음향과 영상의 질이 좋아지고, 좀 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인터넷,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것들이 이 세상을 더 좁게 만들고 있다. 에이전트나 매니저 없는 뮤지션들도 자신의 방에서 녹음한 음악을 올리고,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은가. 요즘은 화질이나 음질도 굉장히 좋다. 이런 것들로 관객들과 더 친밀해질 수 있고, 물론 돈도 많이 절약된다(웃음)
Q. 게임 음악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A. 맞다. ‘그란투리스모5(플레이스테이션 용 게임)’라는 게임인데, 시작할 때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7번이 나온다. 쿨한 음악이다. 카 레이싱에 잘 맞는다. 이외에도 많은 트랙들이 있는데, 놀랍게도 하드록이 아니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들이다. 아름다운 베토벤 소나타 <템페스트>, 바흐의 푸가, 리스트의 <사랑의 꿈> 같이 멜로디가 멋진 곡들을 골랐다. 게임 하는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전반적으로 알 수 있게 하려고 했다. 음량이 크고 리듬감 있는 곡뿐 아니라 아름답고 서정적인 곡들을 게임 음악에 넣었다. 클래식 음악은 모두를 위한 음악이다. 그란투리스모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가운데 하나이고, 한번도 콘서트홀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완벽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Q. 본인도 게임을 즐기나.
A. 그럼, 나도 10년 전부터 팬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니까. 게임이 굉장히 실감나고 사고의 위험이 없다.(웃음) 기계 들고 그냥 하면 된다.
Q. 바쁜데 게임할 시간은 있나?
A. 아, 물론 바쁘지만, 공연 후에, 비행기 안에서, 뭔가 기다릴 때, 뭔가 지연될 때, 음악 듣고 게임 한다. 긴장을 풀고 휴식하는 시간이다.
너무 길어져서 다음 편으로 넘긴다. 꼭 이어서 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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