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U포터] 심사위원 울린 'G20 경찰 체험수기'

'경찰 못하겠다. 치안은 누가 맡나?'

최근 언론에 보도된 경찰 관련 뉴스 중 유난히 눈길을 끌었던 기사제목이다. 내년부터 운전면허시험 업무가 도로교통공단으로 넘어가면서 경찰청이 공단 직원으로 신분 전환을 원하는 경찰관을 모집하자 지원자가 대거 몰려 14.3대 1(186명 모집에 2654명 지원)의 경쟁률을 기록한데 따른 기사다.
 
경찰의 자존감을 흔드는 이른 바 '엑소더스'였다. 이 같은 현상은 경찰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박봉에 시달리고 불규칙한 야간 근무에 부담을 느낀 직원들이 퇴근과 주말 휴무가 확실히 보장되는 공단을 택한 것 같다"는 경찰관계자의 말이 더욱 씁쓸하게 한다.
 
가슴 뭉클한 일선 경찰관들의 'G20동원근무 체험수기'

공교롭게도 이와 때를 같이 하여 문단활동을 하는 내게 '특별한 주문'이 들어왔다. 경찰청으로부터 일선 경찰관들의 '체험수기'를 심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지난 G20행사에 전국에서 동원된 경찰관들이 쓴 생생한 체험담이었다.

일선 치안현장에서 남달리 고생해본 경찰관만이 쓸 수 있는 생생하고 진솔한 체험담이 수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경찰을 '힘든 직업'이면서도 '보람 있는 직업'라고 한다. 거칠고 힘든 일을 감내해야 하는 고단한 봉사자이기에 '힘든 직업'이라 하고, 그러한 막중한 임무수행이 초석이 되어 사회 평온을 유지하고, 국가적인 대사도 성공적으로 치러내게 되었을 때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보람'이란 스스로 느끼는 것도 소중하지만 국민들이 경찰의 헌신적인 수고에 고마운 마음을 아끼지 않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눈물겨운 사연도 많았다. 수기에 나타난 에피소드를 보면 누구나 한두 가지 애로와 고충이 없었던 사람은 없었다.
 
절실한 것이 우러나와 체험담 속에 용해되어 더욱 깊은 감명

그러나 경찰관만큼 국가적인 큰일에 멸사봉공의 자세와 사명감으로 온갖 어려움을 몸으로 이겨낸 직종도 드물 것이다. 그런 생생하고 진솔한 모습이 체험수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수기는 논리적인 분석이나 강력한 호소력을 높이 사지 않는다. 소설과 같은 극적인 흥미와 치밀한 구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가슴에서 얼마나 절실한 것이 우러나와 체험담에 용해되었느냐에 따라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경찰청에서 공모한 'G20 경찰 체험수기' 응모작들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 경찰 체험수기 응모 원고

소속과 성명이 가려진 채 넘어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수기를 심사하면서 "참으로 애썼구나, 남모르는 고충이 참으로 많았구나" 싶은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렇게 묵묵히 고생한 경찰이 있기에 국가적인 대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구나, 한 없이 고마운 마음이 솟구쳤다.

어린 아들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다급한 상황임에도 G20근무 중이라 달려가지 못하고 가슴만 태웠던 한 경찰관의 눈물겨운 이야기(대상수상작 'G20과 가족' : 나중에 알고 보니 충남 보령경찰서 이홍욱 순경이었다)는 읽는 도중 가슴이 먹먹해져 왔으며, 발에 맞지 않는 남의 구두를 빌려 신고 근무하면서 '쿡쿡' 쑤셔오는 통증까지 감수해야 했던 한 시골 경찰관의 'G20체험담'은 평소 짜증과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 경찰관의 의식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사소한 일로 아내와 다툰 뒤 화해하지 않고 근무지로 떠난 것이 결국 자녀에게 충격을 주어 "엄마 아빠가 곧 이혼하게 될 것"이라는 오해를 낳는 등 가슴 아린 사연도 코끝 찡했고, G20근무 중에 뜻하지 않게 찾아온 결막결석이라는 안과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던 체험담도 감동적이었다.
 
눈물겹게 고생하면서 축적한 현장근무 경찰들의 귀한 체험들

 입술이 부르트고 온몸이 파김치가 될 만큼 고단해도 국가적인 중대사를 무사히 치르는데 꼭 기여해야 한다는 굳은 사명감과 의지가 돋보이는 수기며, 공항 활주로에서 근무하면서 옆 근무자에게 말을 걸지 못할 정도로 입은 얼고, 차가운 바닷바람에 뼈가 시렸다면서 "조금씩 떠오르는 해가 구세주처럼 반가웠다"는 체험담은 일선 치안현장에서 남달리 고생해본 경찰관만이 쓸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아린 수기였다.
 
손이 너무 얼어 화장실 '핸드드라이기'로 손을 녹였던 것을 값진 체험으로 간직한 의경의 체험수기(의경: 대상수상작)도 가슴을 울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쏟아지는 폭염 / 폭풍우 / 비늘갑옷 입고 / 막아내며 / 어느 넉넉한 때 / 활짝 가슴 열고 / 줘 버리는 사랑 / 함박웃음』 

고생스러운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밤송이'라는 윤여송의 시를 외우며 자신도 '밤송이'를 닮고 싶다는 현장 근무자의 슬기로운 인내심과 굳은 의지력도 감동적이었다.
 
G20을 계기로 경찰은 더욱 자존감을 높이기를

국민들이 경찰을 든든하게 여기고 신뢰를 보내는 까닭은 무엇인가. 수기에서 한 결 같이 고백한 것처럼 주어진 일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긍심과 보람으로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당찬 자세다.
 
성공적으로 치른 G20을 계기로 경찰은 자존감을 더욱 높였으면 한다. 입술이 부르트고 발에 물집이 생기고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면서 축적한 귀한 체험들이 일선 경찰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데 초석이 되어 주길 바란다.

※ 덧붙여, 인상 깊었던 手記 몇 편을 소개하면『G20과 가족』(응모번호 405)는 어린 아들이 갑자기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다급한 상황에서도  G20 근무에 동원되어 달려가 보지 못하고 가슴을 태우는 현장 근무자의 눈물겨운 체험담이다. 

솔직히 G20이고 뭐고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아들 놈 얼굴이나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내가 아직 사명감이 덜한 것인지, 아님 모든 부모 마음이 이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에 올라가는 차안에서 동료들의 우스갯소리 그 아무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라는 솔직한 심정의 표현은 읽은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나에게 행복이란 따로 없다. 나에겐 G20이 따로 없고 VIP가 따로 없다. 나에겐 항상 잔소리만 하는 아내의 목소리와 아이의 웃음소리가 행복이고 나를 위해 웃어주는 가족들이 G20 VIP나 다름없다. 그런 아내와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 대테러 근무이다"라는 글쓴이의 진솔한 고백은 일선 경찰이 지니고 있는 공적인 사명감과 사적인 인간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가지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평범한 가정을 지키기 위한 자신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대 테러 근무'라는 공적인 사명감으로 이어진다는 시각이다. 이렇게 자신의 어려운 입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객관적면서도 긍정적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이 글은 더욱 빛이 나고, 깊은 감명을 준다.

『G20 빛낸 낡은 단화』(응모번호 15)는 작품성, 표현력 등에서 돋보이는 체험담이다. 간결한 문장 구사도 이 글을 더욱 빛나게 한다. 시골 경찰이 낯선 서울에 차출되어 근무하면서 남달리 겪었던 애로와 고충을 '경찰단화'를 통해 감명 깊게 전해 주는 글이다.

사복정장을 준비해 오라는 말에 사제 단화를 준비해 간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경찰관에게 복장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경찰관은 복장이 일을 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 정작 맡겨진 임무는 사복근무가 아니라 근무복에 단화를 신어야 하는 지하철 대 테러근무였던 것이다.

급한 대로 파출소장의 '굽이 많이 닳은 경찰단화'를 빌려 신고 근무하게 되는데, 발에 맞지 않는 남의 구두를 신고 근무하면서 '쿡쿡' 쑤셔오는 통증까지 감수해야 했던 그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이 때 등장하는 노인들의 따뜻한 시선이라든지, 파출소장의 훈훈한 동지애 등은 그 동안 짜증과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 시골경찰의 의식을 새롭게 변화시킨다. 글을 읽는 독자는 거창하고 화려한 것에 감동 받지 않는다. 사소한 것이지만 절실한 호소력을 지닌 것, 자기반성, 부끄러운 내면의 솔직한 고백이 드러나는 진솔한 글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는다.

『우리엄마 아빠는 같이 살지 않아요』(응모번호 331)는 G20에 동원되는 경찰관이 사소한 일로 가정에서 아내와 다툰 뒤 화해하지 않고 근무지로 떠난 문제가 결국 자녀에게 '충격'을 준 이야기를 꾸밈없이 솔직하게 기록한 글이다.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 아빠가 곧 이혼하게 될 것'이라는 오해를 자녀에게 심어주는 등 G20근무로 인해 벌어진 뜻하지 않은 가정사를 담은 '가슴 아린 수기'이다. 경찰관이 밖에서 공직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가정의 평안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결막결석이 G20보석이 된다』(응모번호 12)는 G20에 동원되어 근무하는 경찰관이 뜻하지 않게 찾아온 결막결석이라는 안과질환으로 고생하면서도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주어진 중요한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한 글이다.

입술이 부르트고 온몸이 파김치가 될 만큼 고단해도 국가적인 중대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데 자신도 기여해야 한다는 일선 경찰관으로서의 굳은 사명감과 의지가 돋보이는 수기이다.『G20 동원에 있어 만족한 세 가지와 개선해야 할 세 가지』(응모번호 118)는 G20에 동원되어 근무하는 경찰관으로서 만족했던 부분과 미흡하게 느껴졌던 점, 그리고 개선했으면 하는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기록하고 있다.

글쓴이는 비효율적인 근무시간 배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들을 회상하면서 "억센 겨울바람이 부는 길거리는 서보지 않은 직원은 알지 못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현장 근무자의 남모르는 애로를 토로하고 있다.  

『인천공항 활주로 근무 이야기』(응모번호 336)는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근무했던 경찰관이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의 거센 바닷바람과 싸우면서 겪었던 고통과 눈물겨운 이야기를 담았다. "옆 근무자에게 말을 걸지 못할 정도로 입은 얼어가고, 바지 사이로 들어오는 추운 바닷바람에 뼈가 시렸다"는 표현은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특히 새벽에 바닷바람과 추위는 더해가고 배는 고픈데 유일한 구세주가 "조금씩 떠오르는 해"였다는 표현은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오죽하면 그는 "붉은 해가 밝은 빛을 보이는데 그렇게 햇볕이 따뜻한 줄 몰랐다"라고 적고 있다. 몸을 자유롭게 피하기 어려운 일선 근무 현장에서 밤을 새우며 고생해 본 경찰관만이 쓸 수 있는,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시리게 하는 표현이다.

『경찰관 아버지의 '햄버거 사연' 』(응모번호 147)는 대구에 근무하는 경찰관 아버지가 서울 G20경비근무에 동원되어 서울에서 근무하는 의경 아들에게 평소 좋아했던 햄버거를 전해주는 눈물겨운 부성애(父性愛)를 기록한 수기이다.

경찰관 아버지는 야간특식으로 나온 햄버거를 아들을 생각해 먹지 못하고 점퍼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온갖 우여곡절 끝에 전해주게 되는데,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 오직 "아빠의 체온이 남아 있어 맛있게 먹었다"라고 하는 아버지의 정성을 알아주는 '아들의 말 한마디'에 감동하고 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남다른 생생한 체험담이 감동적으로 녹아 있는 인상 깊은 글들이 많으나 모두 열거하지 못함이 아쉽다. 고생하신 전국의 수많은 경찰관과 전의경 여러분들의 노고에 위로와 함께 고마운 마음 전한다.

윤승원 SBS U포터 http://ublog.sbs.co.kr/ysw2350(※ 이 기사는 '금강일보' '디트뉴스24'에도 송고됐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