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한미 FTA 재협상이 타결되면서, 관련된 소식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우리 언론은 협상의 이해관계를 유추하고, 협상이 발효되기까지의 난맥상을 예측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FTA의 협상 내용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우선 SBS는 지난 4일 FTA 협상타결을 보도하면서 이번 협상에 대해 '추가협상'이라는 기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표현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진보와 보수를 넘어 신문들이 재협상으로 기호화한 것과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추가협상은 타결된 협상에서 누락되거나 미처 다루지 못한 것을 양자 합의에 따라 협상하는 것을 의미하고, 재협상은 이미 타결된 내용을 다시 협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호의 사용이 사건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추가협상이라는 기호를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견해를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한미 FTA와 관련해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이 없다'고 말해왔고, '점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나쁜 선례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편 SBS는 다양한 각도에서 FTA 재협상의 공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외교적 문제는 크게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美무역대표부 대표가 동시에 공식발표하기로 한 '합의'를 깨고 당일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한.미 FTA 합의 내용을 전격적으로 게시했습니다. 이는 외교적 결례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없었습니다.
또 일선에서는 연평도사태와 관련해서 졸속협상론을 제기하지만, SBS 보도에서는 이런 외교적 맥락을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외교적 상황에 대한 지적이 중요한 이유는 협상에 있어 우리측의 종속적 입장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또 가장 쟁점이었던 쇠고기 협상과 관련된 부분도 여전히 안개 속입니다.
5일 SBS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추가개방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하지만, 미국 통상전문지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는 미국 무역대표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산 쇠고기가 월령에 상관없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수주, 수일 내에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정부의 입장이 번복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미국측의 정보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부분입니다.
FTA 재협상의 결과는 어떤 의미에서 서해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 못지않게 국민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무역전쟁의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사안을 다루는 SBS 보도의 분석력과 비판능력은 다소 미흡해 보입니다. 차후에 있을 지도 모를 또다른 재협상 논의에 있어서는 보다 향상된 비판능력이 발휘되길 기대해 봅니다.
위키리크스라는 폭로 전문 사이트에서 공개된 정보가 연일 지구촌 정가를 달구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관들의 각국 정상에 대한 평가에서 우리나라 외교 당국자의 중국관, 심지어 북한의 군사문제까지 평소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비밀정보들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이를 단순히 흥밋거리로 치부하고 있으며, 이같은 폭로가 왜 전 세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는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합니다.
위키리크스는 지난 11월 미국 외교전문 25만건을 공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큰 정치적 파장을 가져왔습니다. 이미 위키리크스는 지난 해에도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의 기밀들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이번의 공개는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위크리크스의 비공인 기관으로서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저널리즘 차원에서 많은 시사점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특정 국가의 지나친 정보 통제', '전 세계에서의 불평등적인 뉴스흐름', '정보에 대한 지배와 종속의 관계' 등 여러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SBS의 보도는 지나칠 정도로 가볍습니다. SBS 뉴스는 11월 29일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폭로된 각국 정상에 대한 평가를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분히 흥미위주의 선정적인 보도로, 폭로가 가지고 있는 정보 접근권의 의미나 저널리즘적 의미를 밝히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는 이후에도 이어지는데, 12월 1일 보도에서도 그 후폭풍이라는 파생적인 상황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지 폭로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12월 3일의 보도 역시 마찬가지인데, 위키리크스의 서버가 핵벙커에 위치해있다는 흥미성 위주의 소식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즉 위키리크스의 폭로내용을 흥미로운 해외토픽처럼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위키리크스가 행하는 폭로저널리즘은 상업주의 맥락에서 이해되기도 하지만, 정보의 과잉통제에 대한 반발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폭로저널리즘을 통해 발표되는 내용들은 상당부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고, 그 뉴스가치 또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타의 언론들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사찰 내용이나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수석이 중국의 외교관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내용을 보도한 것이 SBS 보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편 SBS는 위키리크스를 대하는 미국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중립적입니다.
사실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은 미국의 불법적인 정보 수집에 관한 것이고, 이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크게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언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정부가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보다는 폭로자에 대한 처벌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 언론은 이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내용은 신뢰성과 정확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일부 강대국들이 추구하는 지나친 정보 통제가 가져오는 비정상적 현상입니다. 우리 언론은 이에 대한 성찰적 시각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흥밋거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것이 제기하는 저널리즘적 의미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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