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경제의 고성장세가 내년에는 한풀 꺾이고 물가에 대한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떠받치는 정부의 재정 지출 효과는 사라지고 기댈 곳은 내수와 수출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 오름폭이 당초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돼 가계의 걱정이 더 커지게 됐다.
성장률이 수치상으로 낮아져도 경기 상승 기조는 유효하다는 것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하지만 주요국의 더딘 경기 회복, 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부각 등 안팎에 널려 있는 불안 요인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상저하고' 성장…기댈 곳은 내수·수출
한은이 10일 내놓은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6.1%, 내년 4.5%이다.
지난 7월의 예상치와 비교할 때 올해는 0.2%포인트 높아졌다.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은 설비 투자 증가와 소비 증가세 확대에 따른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변동이 없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 상반기 3.8%, 하반기 5.0%이고 전기 대비로도 상반기 1.2%, 하반기 1.5%의 `상저하고' 모습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짤 때 내놓은 전망치 5% 내외보다는 낮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3%, 국제통화기금(IMF) 4.5%, 한국개발연구원(KDI) 4.2% 등 다른 국내외 기관의 예상치보다는 높거나 같은 수준이다.
한은이 내년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게 잡은 것은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 강화가 국내 경기를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이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꼽은 것은 내수와 수출이다. 정부의 순성장 기여도는 0.7%포인트에 그치지만 내수는 2.5%포인트, 수출은 2.0%포인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4.2%에서 내년 4.1%로, 수출 증가율은 16.1%에서 9.6%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24.3%에서 6.5%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1.5% 감소에서 1.4%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추세 성장률 수준"이라며 "올해 6.1% 고성장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상승세로 취업자 수는 올해 33만명에 이어 내년에 26만명 증가하며 실업률은 3.8%에서 3.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80억달러로 올해 29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보다 수입 증가 폭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물가는 '불안'…수요압력 커진다
한은은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의 3.4%에서 3.5%로 0.1%포인트 높여 잡았다. 2012년 상승률 전망치는 3.2%이다.
내년 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범위(3.0±1.0%)의 중심치인 3%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2008년(4.7%)을 제외하면 7년 만에 가장 높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공공요금과 임금, TV수신료 인상, 전세가격 상승 등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3.7%까지 치솟으며 목표범위를 위협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에는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올해 하반기와 비교한 기저효과가 작용해 3.3%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단순한 물가 상승률보다 수요 측면의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인플레이션율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공급가격의 변동폭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값으로, 한은은 올해 1.9%에 머무른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내년과 내후년 모두 3.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회복이 2~3개 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돼 일시적 공급 충격이 아닌 수요 증가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뜻"이라며 "수요 압력으로 앞으로 3%대 중반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의 내년 통화정책 운용 방향이 주목된다. 현재 2.5%인 기준금리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3.5% 가까이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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