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최근 '명품'을 둘러싼 논란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한 '4억 명품녀' 논란이 온나라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품을 갈구하면서, '명품'이란 말은 '탐욕과 부러움, 시기, 비난' 등의 의미를 모두 함축하는 단어이자, 지금의 우리 세태를 상징하는 말이 되버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들어온 외신들 가운데 명품과 관련한 소식 하나가 눈에 띄더군요.
명품업계 1위로 알려진 루이뷔통 모에헤네시(LVMH)가 2위 업계인 에르메스를 집어삼키려는 야심을 보이자, 이에 맞서기 위해 에르메스 가문이 똘똘 뭉쳤다는 소식입니다.
저도 외신을 처음 보고, 이게 뭐냐하고 인터넷을 좀더 검색해봤더니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간단하게 요약만 해드리자면 이렇습니다.
- 루이뷔통(LVMH)이 지난 10월, 에르메스 지분을 대량 매입해 지분율을 17.1%로 늘리면서 적대적 인수 가능성이 불거졌다.
- 이에 루이뷔통측은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아니며, 우호적인 '장기주주'가 되려는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하지만 루이뷔통측의 해명과 달리, 시장에서는 '명품 브랜드 사냥꾼'으로 알려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이 에르메스 인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됐다.
- 에르메스의 지분은 상속인 73명이 73.4%를 분산 소유하고 있어서, 사실상 외부의 적대적 인수가 힘들다.
- 그럼에도 상속인들 가운데 몇사람이 주식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이 루이뷔통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에르메스 가문이 긴급 가족모임을 갖고, 상속인 73명만장일치로 지주회사를 설립해 루이뷔통의 적대적 인수 가능성에 맞서 싸우기로 결정했다.
여기까지 루이뷔통-에르메스家 다툼의 간략한 요약입니다.
'명품브랜드 사냥꾼'으로 알려진 아르노 루이뷔통 회장은 실제로도 최고급 브랜드 60여 개를 인수했다고 합니다. 마크 제이콥스, 크리스찬 디오르, 지방시, 겐조, 헤네시(코냑), 태그호이어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품들 모두 루이뷔통이 인수한 브랜드들입니다.
저도 이 글을 쓰기위해 자료를 모으면서 처음 알게된 사실입니다. "루이뷔통이 그냥 루이뷔통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루이뷔통과 에르메스家의 싸움이 진행되면서, 두 명품업계의 상반된 경영방식도 화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상하이에 세워진 대형 루이뷔통 광고판>
루이뷔통은 60여 개의 명품 브랜드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만큼이나, 현대화된 글로벌 경영방식을 전세계에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품과 디자인은 브랜드별로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되, 유통과 마케팅은 본사에서 관리해 시너지를 높이고,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입니다.
여기에 명품을 소수 상류층이 아닌 '대중을 위한 명품'으로 이미지를 변화시키면서, 명품에 대중화 바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에르메스의 경우, 아직까지 제조와 판매에서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1837년에 세워져 역사도 루이뷔통보다 23년이 더 오래됐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창업주 일가 중심의 전통적 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품의 경우도 모두 수작업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하루 생산량이 극히 제한돼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명품의 대중화'를 이끈 루이뷔통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에르메스 핸드백들>
외신을 찾아보니 이런 소식도 있더군요. 에르메스 가무의 5대손 CEO가 지난 5월에 숨지고, 6대손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장에서는 에르메스의 변혁기를 틈타 루이뷔통측이 인수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인지, 한 증권 전문가는 "루이뷔통이 가만히 기다리는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두 프랑스 명품家의 다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명품族'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 글을 쓰면서도 느끼는 바입니다만, 명품家들의 다툼이 우리네 생활과는 별 상관이 없는 그들만의 싸움이라는 점입니다. 또하나, 그 배경에는 바로 끝없는 인간의 '탐욕'이 깔려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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