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이 20년 넘게 거의 쓰지 않던 후문을 최근 개방해 사용하려다 인근 아파트 주민의 극렬한 반발에 부딪혀 속앓이만 하고 있다.
병원 차량이 드나들면 위험하고 집값도 떨어진다며 주민이 후문을 가로막은 채 장기간 농성을 벌이면서 병원 측이 하루에 몇 시간만이라도 쓰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방통행로를 사이에 두고 병원과 맞닿은 도곡동 삼호아파트 주민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 10월 초부터.
병원은 1983년 개원한 뒤로 아침과 저녁 한 시간 정도씩만 사용하던 후문을 종일 개방키로 하고 10월4일 오전 후문을 열어 차량을 통행시켰다.
갑자기 후문을 연 것은 병원 규모가 커져 내원차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작년 개통한 서울-용인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정문 앞 매봉터널로 몰리는 바람에 정문 하나만으로는 차량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병원은 설명했다.
병원이 '기습적'으로 후문을 연 사실이 알려지자 삼호아파트 주민은 후문 앞에 침대 매트리스와 소파 등을 갖다 놓아 차량 통행을 막는가 하면 30여 명씩 조를 짜 돌아가며 두 달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후문을 나오면 곧바로 아파트 두 동 사이를 가로지르는 왕복 2차로를 지나기는 하지만 이 도로는 1984년 입주하기 시작한 이 아파트가 기부채납한 시 소유지라서 병원 차량이 사용하는 데 아무런 법적 문제는 없다.
하지만 후문과 이어진 진출로가 내리막길이라 위험한 데다 구급차, 영구차, 의료폐기물 차량이 아파트 인근을 지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주민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입주자대표 이기영씨는 1일 "아파트 앞으로 앰뷸런스 등 병원 차량이 다니면 위험 요소가 늘어나고 결국 재산권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병원이 규모를 키우면서 애초 교통량 증가 등을 예측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왜 그 피해를 주민이 받아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병원은 주민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는 등 처음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다가 지역 주민과 마냥 얼굴을 붉히고 있을 순 없어 결국 하루 서너 차례만 후문을 여는 방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갔다.
병원 관계자는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후문을 사용하겠다는 데 주민이 못하게 한다"며 "법적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고 병원이 지역 주민과 마찰을 빚는 게 좋지 않은 만큼 가능하면 대화로 해결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후문 때문에' 강남 대형병원 속앓이
주민들 "집값 떨어진다" 가로막고 농성…병원 "마찰 피하고 대화로 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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