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일왕 방한이라는 쟁점이 한일 양국 간에 화두로 부각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나 2008년 4월 방일 시에 일왕의 방한을 희망한다는 뜻을 거듭 밝힌 데 이어 지난해 9월 연합뉴스와 교도통신의 공동 인터뷰에서 시기를 한국 강제병합 100년인 2010년으로 못박아 방한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통해 한일 양국이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방한을 계기로 어두운 과거사를 완전히 매듭짓고,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뜻을 거듭 전달한 셈이다.
이후 지난해 말 일본 정계 실력자로 꼽히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시 민주당 간사장이 "한국 국민으로부터 환영을 받는다면 (왕의 방한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2010년 일왕 방한'이 성사되리라는 기대가 높았다.
이를 막은 것은 일왕 방한에 대한 일본 내부의 뿌리깊은 거부감이었다.
사실 일본이 거북스러워하는 것은 일왕의 방한 자체가 아니라 방한 시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될 과거사에 대한 사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일본 총리들은 수차례에 걸쳐 과거사를 사죄한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일왕의 언급은 1984년 9월 전두환 전 대통령 방일 시에 쇼와(昭和) 일왕이 '유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양국이 불행했던 과거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이나 1990년 아키히토 일왕이 한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는 표현뿐이었다.
일본 내에서는 이를 일본 헌법이 금지한 '일왕의 정치 개입'으로 해석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강한 편이다.
이 대통령의 인터뷰 직후 왕실과 관련된 사무를 전담하는 궁내청의 하케다 신고(羽毛田信吾) 장관이 "(일왕과 왕비) 양 폐하는 순수한 국제 친선을 위해서 (외국) 방문을 하신다. 이를 기본으로 검토하게 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혹시 고령인 일왕이 한국에 갔다가 불상사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까지 겹쳐 최근에는 이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조차 드물어졌다.
그래도 지난해 9월 정권이 자민당에서 한일관계를 중시하는 민주당으로 넘어간 직후에는 얼마간 가능성이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수세력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왕의 방한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이후 1년간 사실상 일본 내에서는 일왕의 방한이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봉인됐고,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외무상이 지난달 22일 한국 취재진을 만났을 때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데 이어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까지 7일 같은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일왕의 연내 방한은 사실상 어렵게 된 상태다.
(도쿄=연합뉴스)
이 대통령 초청에도…일왕 방한 '답보상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