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한산성 복원 10년 째입니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겠다는 게 경기도의 목표입니다. 그런데 10년 복원이 무색합니다. 복원 공사를 마친 성곽은 곳곳이 무너져 내리고 있고, 복원된 문화재도 고증 없이 엉터리로 보수되면서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현장속으로, 김흥수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에 있는 행궁입니다.
임금이 행차에 나섰다 머무르던 궁입니다.
10년간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지난 24일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남한산성 건축 문화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2백억 원이 넘는 복원비용이 들어 갔습니다.
지난 2000년에 시작된 경기도의 남한산성 복원 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김문수/경기도지사 : 남한산성 도립공원은 전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서 아름답게 잘 보존되고 잘 가꾸어져 나가야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남한산성을 복원해 오는 2014년까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킨다는게 경기도의 야심찬 계획.
그렇다면 복원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
남한산성의 관문인 남문에서 시작해 성곽을 따라 걸어봤습니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비닐에 덮힌 성곽이 나타납니다.
성곽의 담장 격인 '여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응급조치로 비닐을 씌워놓은 것입니다.
주변의 여장도 곳곳에 금이 가고 벽면이 떨어져 나가 보수가 시급한 상황.
조금 더 걸어가자 이번에는 최근 보수공사를 끝낸 구간이 나타납니다.
벽돌 모양의 검은색 전돌과 회색의 강회를 발라 쌓은 여장은 남한산성 만의 특징.
하지만 회를 바르면 안되는 전돌까지 온통 회칠 범벅입니다.
나무로 긁어내자 허옇게 회 가루가 떨어져 나옵니다.
빗물이 스몄다 흘러나오면서 하얗게 백화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임동빈/경기도 광주시 : 처음 시공할 때 연구를 해서 오래도록 보존되게 해야하는데 아쉽죠.]
또 다른 구간, 이번에는 복원된지 얼마 안 된 여장의 벽면이 맥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습니다.
손만 살짝 갖다 대도 벽면이 부서져 내립니다.
복원된 지 5년도 안 된 곳입니다.
심지어 지난해 보수가 끝난 구간까지 여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비닐을 씌워놨습니다.
[임봉덕/남한산성 생태연구회 : 이 구간이 보수공사하고 1년만에 겨울 나고서 바로 이게 무너져 내린 겁니다. (곳곳에서 이런 데 가 많은 것 같아요?) 거의 다 그래요. 거의 다, 전 구간이…]
산성의 북측 사면에 위치한 연주봉옹성은 곳곳이 무너져 내리면서 복원 7년 만에 전면 해체 보수공사에 들어갔습니다.
[조갑식/남한산성 환경실천연대 : 10년 안팎에 망가지는 이런건 하지 말아야죠. 이런 식으로 한다면 평생 공사해도 이게 끝이 안나요.]
남한산성 복원공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또 다른 곳,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암문입니다.
자연석 사이에 유독 반듯하게 모가 난 석재가 박혀 있습니다.
돌을 매끄럽게 잘라낸 톱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암문의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은 석재를 끼워 넣은 것입니다.
심지어는 주변과 색깔을 맞추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오래된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것인지, 재 겉면에 푸른색의 페인트까지 칠해놨습니다.
[박민규/경기 광주시 : 여기랑 저기가 차이가 나니까 금방 새로 이상 하게 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박노종/경기 광주시 : 중요한 문화유산인데 이런 식으로 땜빵을 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기는 드네요.]
이런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성 내에 산재해 있는 건축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
남한산성의 중심 망루인 수어장대, 군더더기 없이 단아했던 수어장대는 보수작업을 한답시며 애초에 없던 화려한 단청과 태극문양이 추가되며 예전과 다른 엉뚱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부속건물인 청량전은 어색하게 끼워맞춰진 석재가 건물의 기품을 앗아가 버렸고, 쇠가 덧대어져 있던 대문은 쇠가 떨어져 나가자 페인트로 그림을 그려 넣는 촌극까지 벌어졌습니다.
[임봉덕/남한산성 생태연구회 :이게 현주소에요. 문화재를 복원하는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니 한심스러운 일이지.]
숭렬전과 현절사 등 성내의 다른 건축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임시방편 땜질 처방을 했지만 문화재 복원이라는 이름 아래 조잡한 보수공사가 이어졌습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날림공사라고 하는 게 오히려 문화재에 손만 대면 원형이 사라진다고 하죠. 전혀 검증이나 실험이 안 된 상태에서 땜질하는 형태로 진행 이 되다 보니까 이렇게 된거고.]
[남한산성사업단 관계자 : 어찌됐든 이렇게 된 상황에서는 저희들이 조직이 오래됐건 안됐건 무한한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보다 못한 주민들이 남한산성 복원공사에 대한 국민감사청구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임봉덕/남한산성 생태연구회 :지금 막대한 국민의 혈세로 남한산성 복원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수차 얘기를 해도 이게 쉽게 시정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국민감사청구 서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지난 10년간 남한산성 복원에 투입된 예산은 무려 5백 4십억 원.
경기도의 무지와 태만으로 돈은 돈대로 쓰고 소중한 문화유산은 오히려 제 모습을 훼손당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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