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에이즈에 걸린 10대 여성의 무차별 성매매가 부산을 들썩였습니다. 그런데 진짜 대책없는 건 보건당국입니다.
구멍뚫린 에이즈 관리, 이호건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월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19살 안 모양.
충격을 받은 안양은 가출했고, 찜질방과 친구집을 전전했습니다.
돈이 필요했고, 결국 성매매의 유혹에 빠져 버렸습니다.
부산 광안리입니다.
안 양은 이곳 모텔에서 채팅을 통해 20여 명의 남성들과 만났고, 이 가운데 일부와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은 20대 남성 3명.
경찰은 하지만 안 양과 상대한 남성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안 양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몰랐고, 피임기구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초 안 양을 검사했던 보건환경연구원은 검사 직후 관할 보건소에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렸지만, 안 양의 무차별 성매매는 일곱달동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사실 안 양은 그동안 관할 보건소의 상담과 치료는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 : 치료를, 병원에서 오라고 할 때 안 간 건 한번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계속된 성관계는 막을 수 가 없었습니다.
알기가 어려울 뿐더러 강제로 제지할 법적 근거도 애매하고 약했기 때문입니다.
[경찰 관계자 : (법적으로) 그런 (성관계)행위를 계속 했을 때 강제적으로 (치료보호조치)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해야 한다'도 아니고 '할 수 있다', 그 것도 임의적인 것이고.]
에이즈 환자에 대한 관리가 문제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6년 한 20대 남자 에이즈 환자가 5년 동안 전국을 돌며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다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해엔 역시 에이즈에 걸린 택시기사가 6년 동안이나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도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이 충격적인 사건이 반복되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 감염자의 인권보호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현행법상 감염자의 자발적인 의사가 없으면 아예 치료나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치료와 상담을 시작해도 그 다음부터가 문제입니다.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 보건소에 주소지를 신고하지만, 감염자가 주소지를 옮길 경우 이를 당국에 알려야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이에따라 이사만 가도 관리가 전혀 안됩니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관계자 : 그렇게 되면 속수무책이에요. 본인이 연락오지 않는 이상, 스스로 보건당국을 찾지 않는 이상, 자기가 병원 찾지 않는 이상은 몰라요.]
게다가 '에이즈'라고 하면 무조건 배척하는 주위 시선 때문에 감염자 정보를 철처하게 비밀로 부치다보니 관리는 더 어려워집니다.
[부산시 보건위생과 관계자 : 부모자식도 모르는 사람 있습니다. 자기 아들이 에이즈 환자인지, 자기 아버지가 에이즈 환자인지 모를 정도로 극비로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단 부부는 알아야 돼요.]
이러다보니 지난해 말까지 확인된 국내 에이즈 감염자 6천 8백여 명 가운데 연락이 끊겨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사람은 89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 : 하루에 몇건씩 (에이즈) 검사 의뢰가 들어오니까. 많을 때는 10건씩 들어올 때도 있고.]
전문가들은 이같은 에이즈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감염자들이 음지에 숨지 않고 보건당국의 철저한 관리 아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서둘러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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