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일어난 6월도 아닌데 갑자기 한국전쟁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합니다.
시작은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자리를 굳힌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발언이었습니다.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 참전 60주년 좌담회'자리였습니다.
"위대한 항미원조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침략에 맞선'이라는 부분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결국 한국전쟁이 북한에 대한 침략이라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한국 전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이 '북침'이라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발끈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미국쪽에서 반격이 나왔습니다. 워싱턴을 찾은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27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시진핑 부주석 발언이 나온 지 이틀만이었습니다.
"제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전쟁은 북한의 침략에 의해 발생한 전쟁이라는 사실입니다.전 세계가 함께 북한의 침공을 막아낸 전쟁이었습니다."
더하거나 뺄 것 없이 한국 전쟁이 '남침'이라는 얘기로 시진핑 부주석 발언을 정면 반박한 셈입니다. 물론 샤프 사령관의 발언은 준비해서 나온 게 아니라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하루 뒤인 28일 이번에는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대변인 입에서는 유머와 냉소가 섞인,그래서 더 확실한 반박이 나왔습니다.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는 시진핑 부주석의 발언은) 옳은 얘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글쎄요, 집에 가서 먼지 덮인 역사책을 들어내서 먼지를 털어봐야겠습니다."
크롤리 대변인의 발언이 나온 지 몇시간 뒤에 이번에는 중국쪽에서 또 다시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한 말입니다.
"시진핑 부주석이 항미원조전쟁 참전 60주년 좌담회에서 중국 정부를 대표해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중국은 그 역사 문제에 대해 일찍이 정해진 정론이 있습니다."
시진핑 부주석의 발언이 정론(定論)이라는 얘기입니다. '중공군(당시)의 참전이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뜻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물론 시진핑 부주석 발언 이후 중국의 관영언론 매체들이 "조선전쟁과 항미원조전쟁은 구분해야 한다. 조선 전쟁은 남조선 해방과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북과 남 사이에 내전이고, 항미원조전쟁은 조선전쟁 발발 이후 이틀 만에 참전을 결정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이 중국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50년 10월에 북한의 요청을 받고 나서야 시작된 것이다"는 전문가들 발언을 실어 시진핑 부주석 발언에 분노한 한국을 달래려 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전쟁,어린 시절에는 6.25로 배웠던 전쟁이 남침이라는 것은 북한을 제외하고서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역사적 사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쟁 발발 당시 북한의 둘도 없는 우방이었던 소련(이제는 러시아)측이 공개한 기밀문건에도 스탈린의 승인을 얻어낸 김일성이 남침을 한 것이라고 돼있다는 내용이 여러차례 보도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유념해 봐야 할 부분은 오히려 시진핑 부주석의 발언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피로 맺은 동맹관계를 강조하듯이 중국과 북한 역시 혈맹 관계를 자주 강조합니다. 특히 이번 시진핑 부주석의 발언은 다름 아닌 한국전쟁에 참전한 원로 중국군인들 앞에서 이뤄졌습니다.
중국군 참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진핑 부주석은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의 발언은 이렇게 저렇게 해석될 수 밖에 없고, 더욱이 중국같은 큰 나라 지도자의 발언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의도에 대한 해석은 시간을 두고 면밀하게 해야 하고, 또 밝혀지겠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서 북한을 덮고 있는 중국의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한반도 문제,길게 통일까지 염두에 둘 때 미국과의 동맹만으로는 부족한 게 있다는 점도 함께 말이죠.
난데 없는 한국전쟁 공방
남북 가만 있는데 中美가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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