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이 태광그룹을 비롯해 C&그룹 등 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 집단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각 기업들이 형성한 비자금 내역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그에 대한 비리 관련설도 연이어 보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 보도가 검찰의 일방적인 정보 제공에 의존하고 있어서, 사건의 성격이나 사회적 파장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점들이 있습니다.
지난 10월 21일 태광그룹에 이어 씨앤(C&)그룹의 회장이 전격 체포되면서, 또 다른 대기업 비리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SBS 8시뉴스는 수사의 주체인 대검중수부가 1년반 만에 직접 수사에 나선 점을 들어서 권력형 비리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보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불법성이 문제가 됐는지 보도가 되지 않았고, 그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음날인 22일 보도의 경우에 C& 그룹이 2천억원대의 비자금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아서 검찰의 조사내용을 서둘러 보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SBS 뉴스는 후속 보도에서 불법 대출의 문제를 지적하고, 아울러 이 돈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을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사결과가 그런 방향으로 나타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권력형 비리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 과정에서 SBS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검찰의 조사결과 만을 집중적으로 '중계보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받아쓰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재판 사건에서 판결에 영향을 미칠만한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실들은 보도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비해서 기소하는 입장인 검찰의 입장만 강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범죄 피의자 측의 입장은 상당 부분 취재가 어렵고, 일종의 입장 변호용으로 이용될 소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 대검 중수부가 수사를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이 섣불리 유죄를 확정하고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특히 앞서 태광그룹을 비롯해, 그 이전에 한화 그룹 등의 비자금이 문제가 되기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언론은 사건의 성격과 진상을 명확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안이 비자금 조성과 불법대출에 관한 기업비리인지 아니면 정권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취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SBS 뉴스의 홈페이지는 최근의 대기업 사정에 대해 '검찰발 대기업 비자금 폭풍'으로 표현하면서 주요이슈로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도에 있어서 지나치게 검찰의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건의 진상 및 사회적 파장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정보원들을 확보하여 다층적이고 포괄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G20 장관회의가 경주에서 개최되는 등 관련된 행사와 뉴스들이 연일 언론의 지면을 달구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G20 정상회의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객관주의나 본질주의적 보도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G20 정상회의는 어떤 측면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 큰 의미를 지니는 국제행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G20이 비록 선진국들의 이익을 위한 그들만의 회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되면서 많은 부분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이러한 의미 있는 국제적 정치 이벤트를 다룸에 있어서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것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확대해석', '환경감시기능의 미흡', '본질과 무관한 단편적인 기사보도'라는 특성으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SBS는 22일 G20 장관회의가 환율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고, 23일에는 '시장결정 환율제'를 합의함으로써 우리의 중재안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보도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구속력 없는 합의가 얼마나 의미를 가질 지는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4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국제사회의 출구전략 공조 약속이 공염불에 그쳤던 것을 생각해보면, 환율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이처럼 쉽게 결론이 났다는 것이 오히려 의아해 보입니다. 그러나 SBS 보도는 갈등을 봉합한 의장국의 역할을 확대해서 해석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 방향이 환경감시기능 수행의 미흡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G20이 가진 국제 사회에서의 중요성만큼이나 그 의제에 대해서 다각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SBS는 주로 G20 행사와 관련된 피상적인 내용만 다루고 있습니다. 22일 12시뉴스의 서울시 G20 마케팅 보도, 생활경제의 G20 서포터즈 발대식, 20일의 호텔테러 인명구조 훈련 소식은 이벤트적 보도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G20을 통해서 제기되는 의제와 우리나라의 연관성을 밝히는 보도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신흥공업국가의 입장을 지닌 의장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계시키거나 중재할 의제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SBS를 비롯한 우리 언론 보도들에서는 이같은 우리 나름의 생산적인 의제들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특정 의제들에 대한 적절한 해석들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것의 영향력들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평가들을 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은 G20 정상회의를 국제 정치 맥락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치르는 매우 큰 국제행사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보입니다. 따라서 관련 소식이 자주 보도됨에도 불구하고, G20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하는 보도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회의가 20일도 채 남지 않은 입장에서 G20 정상회의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심층적인 보도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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