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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억 원이나 써놓고는…

음식물 쓰레기로 '삽질'하는 정부

저희 집 음식물 쓰레기 담당은 접니다. 저랑 처지가 같으면 이해하실텐데 날씨가 쌀쌀해 지는게 반갑습니다. 여름엔 날씨 때문에 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비워줘야 했거든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가서 다 뭘하고 있는지 말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삽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5년 전에 매립장에 묻는 것이 금지됐고 이후 비료나 사료로 만들어 재활용한다는 원칙이 세워졌는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당부분을 바다에다 내다 버리고 있는거죠.

청주 처리장은 하루 170톤을 받아서 퇴비 150톤, 사료 20톤을 만들어 팔기로 했는데 5년 동안 단 한 포대도 돈을 받고 팔질 못했고, 대신 140톤을 매일 바다에 내다 버리고 있습니다. 광주의 한 처리장은 단 1%만 재활용할 뿐, 폐수는 오히려 반입 음식물 쓰레기의 2배나 쏟아내고 있습니다. 엉망이란 이야기죠.

이유는 이렇습니다. 5년 전에 사실 정책 도입을 너무 급하게 하는 바람에 제대로 정책을 세우질 못했습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라도 안 치우면 난리가 나게 마련이니까, 사실 재활용보다는 처리가 우선이 된 거죠. 그렇다보니 그냥 일단 폐수 형태로 만들어서 쉽게 바다에 버리고 강에 버리는데 집중을 하게 된겁니다. 그래서 전체 음식물 쓰레기 중에 19%만 재활용 될 뿐, 나머지 81%는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져서 환경오염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음식물 쓰레기 시설에 들어간 돈이 모두 5천억 원입니다. 그러니까 5천억 원 들여서 전국 곳곳에 '대형 믹서기'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알면 고치면 되질 않느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을 세워서 집행한 입장에선 5년이 지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큰 돈을 들였지만 잘못했으니 지금이라도 고치겠습니다"라고 고백하기가 어렵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할텐데, 누가 그런 일을 감히 할 수 있을까요.

그러는 사이에 국제 협약 때문에 내년까지만 해양투기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건데, 우리 공무원들의 해법은 또 1조 원을 들여서 ‘바이오가스’ 시설을 짓는다는 겁니다. 몇천억 들여서 지은 시설이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그 해법은 이번엔 1조를 들여 다른 시설을 짓는다는 것입니다. 답답할 노릇이죠.

오늘도 환경부는 아침부터 제 기사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놓을 겁니다. 이렇게 저렇게 둘러대지 말고 제발 좀 인정할 건 인정하고 고칠 건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발전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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