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응급약국 시범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가 나가고 한 약사의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방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7월부터 시범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본인은 정해진 약국 운영 시간을 어긴 적이 없는데 왜 약국이 일찍 문을 닫는다고 보도했는지 따졌습니다.
그 분이 느낀 억울함,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곳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 그 문제는 차치하고 일단 자신은 선의로 자진해서 밤에도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데 잘했다고 칭찬은 못해주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니 속상한 마음에 전화를 했을 겁니다.
일단 그 분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그러나 그분께 참 죄송한 말이지만 보도한 것처럼 심야 응급 약국 시범운영엔 문제가 많습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는 약국이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고, 전국에서 참여하는 약국 수가 50여곳에 불과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2개 구에 심야 응급 약국 1곳이 있는 꼴인데 아무리 밤에 차가 밀리지 않는다고 해도 소화제 하나 사기 위해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건 맞지 않습니다.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약국도 인건비나 전기세 부담이 커서 운영 한달 만에 더이상 못하겠다고 포기하는 약국이 생기고, 6개월도 안되는 시범운영 기간, 지정 약국이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심야 응급 약국이라고 해서 갔는데, 이젠 운영 안한다며 서둘러 문을 닫는 곳도 있고, 어떤 약국이 시범운영되고 있는지 정확한 명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삐끗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도 운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가 일반 의약품의 슈퍼 판매 허용 문제와 연관됩니다.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은 그동안 꾸준히 일반의약품을 슈퍼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약사회에 요구했습니다.
대부분의 약국은 저녁 7~8시면 문을 닫는데, 그 이후에 아픈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냐며 환자들이 편하게 약을 구할 수 있게 슈퍼에서 약을 팔아야 한다는 거죠.
약사회는 반대합니다.
소비자가 보기엔 소화제나 진통제가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제품에 따라 약의 효능이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섣불리 슈퍼에서 판매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시민단체와 소비자의 요구도 타당하고 약사회의 뜻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심야응급약국 운영에 구멍이 뻥뻥 뚫리다 보니 최근엔 이런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약사회가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막기 위해 심야 응급 약국을 추진했다는 주장.
즉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하면 약국의 수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약사회가 부랴부랴 심야응급약국을 추진했다는 겁니다.
약사회는 매우 억울해 합니다.
국민들의 이용 편의를 돕기 위해 추진한 제도가 이런 오해를 받는다는 사실에 굉장히 불편해하고 곤혹스러워했습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선 약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이 제도를 신속히 정비해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는다면 약사회가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막고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제도를 추진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 같습니다.
선의가 아니라면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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