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하천정비사업, 명목은 수해방지...실상은 토목공사
'지방하천정비사업'이라고 부르는 실개천 정비 사업이 주먹구구식 토목 공사로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지방하천 정비사업은 4대강 사업과 연계해 명품 하천으로 만들겠다며 정부가 올해 전국 417개 하천 가운데 120개 지구를 선정해 예산 2천7백억 원을 집행하는 대단위 국책사업입니다.
취지는 그럴싸 합니다. 지방의 실개천에 자전거 길도 놓고 전망 데크도 설치하고, 예쁜 육상 꽃도 심어서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제공하고 더 나아가 좁은 하천길을 넓혀서 홍수 예방도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항상 거리가 먼 것인가 봅니다. 기자가 본 여주군의 작은 하천들은 사람과 동물들이 드나들지 못하는 죽은 하천으로 변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고향하천에 어떤일이? 5m 제방 쌓고, 돌 망태까지 동원
나랏돈은 흔히 눈먼돈이라고 합니다. 지자체의 하천정비 사업에 국비를 지원하다보니 각 지자체마다 사업을 따내려 안간힘을 씁니다. 경기도 여주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소하천 사업만 굿절천, 간매천, 소양천, 금당천 등 4개 정도 였는데 정도는 다를지라도 모두 하천이라고 부르기에는 콘크리트 제방이 너무 높은 것들이었습니다. 굿절천의 경우 2007년에 완공됐는데, 제방 높이만 5m.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도 “생존에 위협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높습니다.
당연히 이런 하천에서 노루, 토끼, 삵쾡이 등 야생 동물들이 목을 축일 수도 없는 것이죠.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콘크리트 제방을 쌓았기 때문에 수변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쉽게 뽑히는게 현실이었습니다. 간매천의 경우는 상황이 좀 심각했습니다. 2백평도 채 안되는 논을 보호하기 위해 무려 5천만원 넘는 돌망태 수백개를 2m높이로 쌓았습니다.
소방방재청과 환경부 지침에 따르면 수해 상습지 복구공사의 경우 공사비가 토지 매입비보다 많이들면 그 토지를 매입해 홍수터로 활용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홍수터란 홍수때 물을 일시 저장하는 개념으로 상류에서 물의 흐름을 늦춰주고 가둬줘야 중하류의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지자체들이 이런 정부의 지침을 무시하고 홍수 막는데만 급급해 논보다 비싼 공사비를 들여 제방만 쌓고 있는 겁니다. 그 결과 우리가 어릴적 고기 잡고 멱감던 고향 실개천은 흉물스런 콘크리트 제방에 막혀 그저 물만 흐르는 수로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담당 군청 직원은 하루종일 취재진 외면...공무원 복무규정 어겨
더 가관인건 이런 실상을 취재하러 여주군청에 들렀습니다. 담당 하천과 팀장은 하루종일 외근 나가고 말단직원 1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군청쪽에서도 할말이 있겠거니 해서 간건데 분통이 터졌습니다. 담당 팀장은 핸드폰을 꺼놓고 다음날에도 휴가를 내고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이것이 우리 지방하천정비사업의 실상입니다.
생태계를 무시하고 돈만 들여서 고향의 하천을 망가뜨리는 사람들은 우리 후손들의 적입니다. 그 공무원만 책임이겠습니까? 예산 따내려고 혈안이 된 지역 국회의원들과 이런 것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의회, 속사정은 모르고 내고향에 토목공사를 하니 좋다는 지역주민까지. 고향 실개천을 살려내지 못한 책임이 막중합니다.
그나마 여주군에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는 '금당천'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냥 보기에도 즐겁고 마음이 편한 고향 하천. 여름이면 행락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야생 동물들과 수생곤충, 식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 고향하천은 단순한 물길이 아닌 생명 그 자체입니다. 지자체의 하천정비사업이 토목공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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