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바로 소송이다. 승소, 패소 문제를 떠나 각종 소송 준비 서류를 작성하는 것과 같은 소송 준비과정의 번잡함은 물론 기사를 쓴 기자와 해당 언론사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해 소송에 걸려 패소를 했을 때에는 사정이야 어찌 됐든 진실과 다른 기사를 쓴 사람이 되어버린다 (물론 법에서 말하는 실체적 진실이 완전한 진실이라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는 또 어떠한가. 잘못된 기사 한 줄로 사회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고 심지어 인생 자체가 끝날 수도 있다. 따라서 최소한 양식 있는 기자라면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기사의 상대방을 위해서도 철저하게 팩트를 확인하고 신중하게 기사를 작성한다.
당사자의 반론을 넣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오히려 소송이라는 것을 무기로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하는 부류들도 있다. 주로 기사가 나가면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보이는데 이들은 기사가 나오면 '사실과 다르다'며 소송부터 걸겠다고 나온다.
이들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첫째는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다. 보통 어떤 한 언론사가 단독으로 어떤 사람, 조직이 불편하게 되는 기사를 쓰게 되면 다른 회사들도 기사내용을 재확인해서 뉴스의 가치판단에 따라 기사를 쓸지(이른바 받아쓸지) 아니면 그냥 둘지(이른바 Kill할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상대방 입장에서 소송이라는 엄포를 통해 애초에 타사 취재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다.
두 번째로는 후속기사를 막겠다는 의도다. 보통 파장이 큰 기사들은 연이어 속보를 준비하는데 소송을 걸겠다며 기자에게 일종의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경우다.
이런 이야기를 앞에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최근 성희롱 발언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용석 의원 때문이다.
지난 7월 중앙일보 사회면 머릿기사에는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기사가 실렸다.
강 의원이 토론 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여성로비스트 최후의 무기는 몸이다", "다 줄 생각을 해야 되는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 "00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등의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직 국회의원이 여대생 앞에서 한 발언의 파장은 적잖았다. 강 의원은 절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해당 기자와 언론사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결국 검찰은 지난주 강 의원을 무고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註. 무고죄: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죄. 처벌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
검찰은 강 의원에 대해 해당 기자가 허위 왜곡 보도했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한 부분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했고 아나운서들에 대한 모욕죄도 추가했다.
결국 강 의원은 자신이 그런 취지의 말을 했으면서도 사실을 보도한 기자를 거짓말을 했다고 고소를 했다가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를 맞은 것이다.
앞으로 법정에서 가려질 문제이긴 하지만 검찰의 기소 내용만을 놓고 보면 왜 당시 강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강 의원은 정말 자신의 고소가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자신의 결백을 확신하고 이를 입증하고 싶었던 것일까?
언론사의 모든 기사가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취재, 기사작성의 잘못으로 소송에서 지는 경우도 많고, 의도한 것은 아니라도 불완전한 기사로 피해를 받는 분들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기자들도 기사작성에 신중을 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공인으로서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온다고 해서 소송을 무기로 언론 보도를 막으려고 하는 것은 떳떳하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결국 명예는 명예대로 잃고,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게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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