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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장관 딸 특채' 특종 취재기

'유명환 장관 딸 특별 채용'을 특종 보도한 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보도를 한 저로서도 파장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이번 파문을 겪으면서, 국민의 목소리가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국민이 기자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

지난 1일 저녁, 전날 야근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던 저에게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인 즉슨 최근 외교부가 5급 사무관을 특별 채용했는데, 유명환 장관의 딸이 뽑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반신반의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현직 장관이 자기 딸을 특별 채용했을까...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확인에 들어갔습니다. 태풍 곤파스가 중부 지방을 강타했던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태풍 관련 뉴스가 8시 뉴스를 대부분 채우겠구나' 하는 생각에 비교적 여유가 있었습니다.(변명처럼 들릴 지 모르겠지만, 외교부를 혼자서 커버하다보니 보통 때 같으면, 일상적인 외교부 일정 챙기는 것만도 사실 빠듯합니다.)

먼저 외교부 홈페이지와 채용 사이트에서 최근 외교부 특별채용 합격자 명단을 훑었습니다.

사실 확인이 쉽지 않았습니다. 수험번호만 나와 있을 뿐, 어디에도 합격자 이름은 없었습니다.

방향을 바꿔 정공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외교부 당국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질문을 던졌습니다.

'장관님 딸 채용, 어떻게 된 겁니까?' 예상 외로 순순히 답변이 나왔습니다. 3명 정도 취재를 해보니, 채용 과정의 얼개가 대부분 드러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국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채용 과정에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꼭 덧붙였습니다.

사실 외교부는 사전에 '예방주사'를 맞았던 셈입니다. 유명환 장관의 딸은 앞서 지난 2006년부터 3년 동안 외교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특별 채용을 거쳐 계약직으로 임용됐는데, 한미 FTA 추진으로 통상 분야 인력 수요가 크게 늘어 다른 16명과 함께 채용됐습니다.

또 2년만 근무하다 나가는 것을 전제로(나중에 1년 연장합니다) 채용됐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당시 보도를 찾아보니 채용된 지 2년 뒤인 2008년에  '장관 내정자와 딸, 한솥밥' 이라는 화제성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때문에 외교부 당국자들은 이번에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했을 수 있습니다.

◆데스킹 거치면서 기사 톤 강해져

취재된 내용을 데스크에 보고했고, 오후 2시 편집회의가 끝난 뒤 '적극 취재해서 발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공정한 사회'와 배치된다는 판단을 이 때 데스크가 했던 것 같습니다.(사실, 제가 처음 보낸 기사에는 '공정한 사회'라는 말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까지 미처 연결짓지 못했던 셈이죠.)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 보도 때문에 유 장관이 사표를 낼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정기국회 기간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예상만 했을 뿐입니다.

오후 4시 50분쯤 기사 초고를 보냈고, 태풍 관련 뉴스가 많긴 했지만 5시 최종 편집회의에서 당일 보도하기로 결정됐습니다.

데스크가 기사를 보는 과정에서 '이건 어떻게 된 거지?'라는 질문이 이어졌고, 추가 취재를 하다보니 다른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외교부가 유 장관의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1차 응시자를 전원 탈락시키고 추가로 2차 모집을 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데스킹을 거치면서 기사 톤이 더 세진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유명환 장관 딸 특채' 보도가 그날 저녁 시청자들에게 바로 전해졌습니다.

              



◆국민 여론이 '사퇴' 이끌어내

보도에 대한 반응은 말그대로 '예상 밖'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타 언론사들이 유명환 장관의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먼저 움직였고, 곧바로 유 장관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딸의 채용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8시 뉴스를 접한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먼저 파악했고, 이런 기류를 외교부에 전달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럼에도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하루종일 유 장관 부녀가 검색어 순위 1등이었고, 외교부 홈페이지는 항의 글로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반 만인 4일 오전 유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고 맙니다.

SBS 보도를 넘어 국민들의 여론이 낳은 결과였습니다.  

              



이후에도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부의 다른 특혜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고, 외교부가 아닌 다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의혹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특별채용 비리가 이렇게 만연해 있다니,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환부를 조금이라도 도려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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