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주 중국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방중 경로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데다 지난 5월 이후 넉 달도 채 안된 시점에서의 방중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목적을 잠깐 정리해볼까 합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과의 우의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하려 한 것 같습니다.
방북 둘째날에는 동북 3성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후진타오 주석과 하루동안 같은 호텔에 머물면서 긴밀한 스킨쉽을 가졌는데요.
북한에서는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라는 만만찮은 비바람이 예고된 상태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와의 이런 이벤트가 중국이라는 바람막이를 다시 점검하는 차원에서 절실했다는 분석입니다.
[조선주앙TV/어제 : 후진타오 동지는 길림성과 흑룡강성에 대한 방문은 두나라의 전통적 친선 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데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중국 당국은 어제 이번 방문자 명단에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라는 이름이 없다고 밝혔지만 김정은이 아직 이렇다할 공식 직책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단에 없다고 방문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북한이 예고한 당대표자회는 일단 다음주 초로 예상되는데요.
김정은이 동행했다면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요직에 임명되기 전에 중국에 미리 선을 보이는 모양새를 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을 다룬 기록영화를 보면 젊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요.
김일성이 항일 투쟁을 벌였다는 장소들을 부자가 함께 돌면서 앞으로 김정은이 전면에 등장할 때를 대비해 우상화 작업에 필요한 자료화면들을 많이 찍어놓지 않았겠느냐 이런 추정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도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을 통해 틀림없이 원하는 게 있었을 거라는 겁니다.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이미 상당한 상황에서 지원에 목마른 북한이 당장 경제를 안정시키고 후계 체제를 보장받기 위해 또 어떤 특혜와 이권을 중국에 약속했는지, 이 부분은 우리 정부가 특히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