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우리사회의 여론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생산적이지 못해 아쉽습니다. 지금의 인사청문회 과정을 보면, 후보자의 자질을 총체적으로 검증하기보다, 후보자가 과거에 했던 행위와 말을 둘러싸고 도덕적 공방만이 오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인사청문회를 보도하는 언론 역시 자질 검증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뉴스이벤트로서의 쟁점 사안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8월 20일부터 새 내각의 인사청문회가 보도되었습니다. SBS는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소식을 뉴스의 서두에서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그러나 이날 보도에서는 이재훈 후보자가 지식경제부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지의 직무관련 보도는 보이지 않았고, 박재완 후보자 보도 역시 "논란이 되고 있는 타임오프제, 노조전임자수 제한문제에 대해 노사의 자율적 교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라는 식의 아주 간단한 직무관련 답변만을 소개했습니다. 물론 인사청문회에 대한 객관보도이기 때문에 업무능력에 대한 질문이 없어서 취재를 하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핵심적인 공직자에 대한 검증인만큼 보충 취재를 통해서라도 각 후보자들의 업무연관성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보도는 23일 뉴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보도의 경우 과거에 발언했던 내용들이 발화의 맥락과 상관없이 소개될 뿐, 경찰청장으로서의 비전이나 시국관 등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SBS뉴스는 연일 계속되고 있는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서, 21일에 집중취재를 통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했습니다. 이 보도는 현재 논란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의 문제를 잘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그 보도 방식에 있어서는 선정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이날 보도에서는 과거 장관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발언들을 편집해서 내보냈는데, 기자는 이에 대해 ‘부실한 검증에 상식 이하의 해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보도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고위공직자 후보들에게 과도한 혐오감을 갖게 할 우려가 있어 ‘공정성’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자질 중에 도덕성이라는 부분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서는 도덕성에 흠결이 있어도 장관직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인사청문회 보도에 있어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직무능력에 대한 검증에 보다 더 집중하는 보도태도를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가 회동을 가졌습니다. SBS는 이 소식을 8시뉴스의 머릿기사로 배치해서 매우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실제로 현재 한국정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할 뉴스 아이템인지는 의문스럽습니다.
SBS 8시 뉴스는 이날 보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전대표의 회동을 뉴스 서두에 두가지 아이템으로 나누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동은 보도 당일이 아닌 전날 오전에 있었던 회동이었습니다. 정치기사의 특성상 어느 정도 양측의 입장이 조율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 이미 뉴스의 시의성이 상당부분 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와 같은 이유로 배석자 없는 회동의 결과는 이른바 계파의 측근을 통해 전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 회동 분위기와 대화내용은 알기 어렵습니다. 대화내용을 알리지 않은 것은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회동 자체의 의미를 추측하고 추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특히 언론의 보도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쉬운 점은 바로 이런 비공개 정치 이벤트에 대해서, 정국에 대한 예측이나 회동의 숨은 의미에 대해 SBS 나름의 ‘분석적’ 보도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두 정치인의 정치적인 비중만 클 뿐, 회동의 내용 자체가 전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뉴스가치를 근거로 머릿기사로 선정되었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 뉴스는 매우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일단 뉴스에 언급된 내용을 살펴보면, 기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으는 등 회동 분위기가 좋았다고 합니다"라며 회동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뉴스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와 국내 문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언급했지만, 이 회동의 주제는 서민경제나 외교문제 등 현재 국정의 난맥상에 대한 것 아니라, '정권 재창출'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서로 다른 노선을 추구하는 계파 수장들의 비공개 만남을 '밀실정치'나 '야합'으로 표현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식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전해서 시청자들이 혐오하게끔 하는 보도도 문제지만, 실제 서민생활과 괴리된 계파정치의 소식을 너무 과도하게 비중을 두고 다루는 것도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현실정치와 관련된 뉴스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숨겨진 맥락을 확대해석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후의 맥락을 분석하지 않고 '사실' 자체만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도 올바른 보도자세는 아닙니다. 정치지도자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목적과 현실 정치 속에서의 권력적 맥락을 동시에 헤아릴 수 있는 '분석적 보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뉴스비평] 인사 청문회 뉴스에 대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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