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간적으로 '친환경'이라는 말은 뺍시다

중금속 검출 '합성 목재' 사건 취재 뒷이야기

'합성 목재'에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나왔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더군다나 '친환경'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는 말에 직감적으로 기사거리가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합성목재가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불과 3~4년 전부터인데요, 공원, 놀이터, 산책로 등산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2007년 10월, 어린이 놀이터나 공원 등에서 많이 사용된 '방부 목재'에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대거 검출됐다고 사용을 금지하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천연목재에 비해 2배 정도 비싸지만 '친환경'이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2008년 11억원→2009년 380억 원→2010년 2000억 원(예상)으로 시장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합성 목재'는 공식명칭이 wood plastic composite(WPC) 입니다.

플라스틱과 폐목재를 절반씩 섞어만드는 것이죠 (물론 업체에서는 플라스틱이라는 용어가 부정적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고분자 합성수지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여기에 목재 느낌이 나도록 색을 입히기 위해 안료를 사용하고 플라스틱과 폐목재를 잘 붙게 하기 위해 접착재를 사용합니다.

합성 목재에 대한 설명이 길어졌습니다. 사전조사를 마치고 검출 실험을 진행한 강원대 김희갑 교수를 만났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부 업체 제품에서 납,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의 단골손님인 DEHP도 검출이 됐다고 했습니다.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줄 것이 필요했습니다.

아뿔사…피해사례도 없었고, 검출치를 비교할만한 근거도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많이 쓰이기는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했습니다. 화면으로 보여줄 것이 없었습니다.

속으로 고민을 하며 교수님의 말을 계속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자료를 보다가 눈에 띄는 자료가 있었습니다. 업체에서 홍보하고 있는 시험성적서였는데 중금속이 '검출 안 됨' 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이것을 비교해서 보여주면 되겠구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교수님이 이 자료의 실험은 '폐기물공정시험'을 기준으로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폐기물 기준으로 실험을 한 것입니다. 또한 검출실험은 중성에 가까운 증류수로 진행이 됐다고 했습니다.

외장재로 쓰이는 합성 목재는 빗물에 노출됩니다. 평균적인 빗물 농도가 ph 4.0 내외의 산성을 띠기 때문에 당연히 외부와 같은 조건으로 해야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김 교수님의 실험은 빗물 농도를 기준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실험을 진행한 정부산하기관인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문의를 해보니 지침으로 내려온 기준이 없기 때문에 업체에서 원하는대로 실험을 해주고 결과를 보내준다고 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기준'이 없다는 것으로  환원됐습니다. 합성 목재의 경우는 본격적인 사용이 얼마되지 않아서 구성하는 물질이 얼마나 되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었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업체가 오히려 자체적으로 기준을 설정해 나가는 입장이었습니다. 시장은 점점 커지고 기준은 없다보니 부적격 업체들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값싼 중국산 제품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PE(폴리에틸렌)나  PP(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해야 하지만 독성이 강한 PVC, PS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김 교수님의 주장이었습니다.

업체를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업체 측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문제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중국산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흥미로운 점은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이 되면 합성목재가 대량으로 사용될 예정이라는 겁니다. 확인을 해보니 일부 지자체들은 이미 계약까지 체결을 했는데요. 업체관계자들도 4대강 찬반에 관계없이 은근히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기준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실험 결과가 얼마나 위험한지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잠재적 위험만을 갖고 보도를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칫 '합성목재' 업체 전체를 매도하는 것처럼 비춰질수도 있어서 기사를 쓰고 나서도 주변에서 걱정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소와 같은 중금속은 극히 미량만으로도 치명적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믿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는 없지만 분명 나중에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항상 환경문제는 피해사례가 있어야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습니다. 그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부디 관련 부처에서 빠른 시일 내에 기준을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 또 업체에서도 '친환경' 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끄러운 저질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