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이맘때로 기억하는데요. 날씨도 쨍하고 좋아서 북한산에 한번 가보자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산 입구부터 아차 싶더라고요. 날씨를 만만하게 보고 물을 딱 작은 병 하나만 가지고 산에 올랐던 겁니다. 땀은 비오듯 흐르죠, 물병에 물은 자꾸 줄어들죠, 생각해보면 그때라도 뒤돌아 내려오든지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나이 자존심에 꾸역꾸역 정상으로 올라갔죠.
결국 내려오는 길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가 됐습니다. 입은 바싹 마르고 몸에 힘은 완전히 빠져버리고 나중엔 하늘이 뱅뱅 돌 정도로 탈진해 버렸거든요. 겨우겨우 산을 다 내려와서 물을 한 병 사서 마시는 순간, 뇌세포 하나하나에까지 물방울이 전달되는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그래서 무조건 물 세병은 챙겨서 산을 찾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
무지해서 창피를 당한 이 이야기를 꺼낸건, 여름철 건강관리를 저처럼 과신해서 하시는 분들이 또 적지 않을 것 같다는 노파심에서입니다. "여름은 원래 더운 철이니까, 이열치열 열심히 움직이다 보면 더위는 쉽게 이겨내는거야. 옛날엔 더한 더위도 잘 견뎠는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혹시 계시지 않을까 싶다는거죠.
최근에 나온 보도자료 중에 더위가 사망률을 높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일 평균기온이 1도가 오를 때마다 최고 3.3%까지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이런 내용이더군요. 온도가 올라가면 그냥 땀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심장에 큰 무리를 준답니다. 열을 식히기 위해서 피부의 모세혈관이 늘어나게 되는데, 심장이 여기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서 더 많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에 평소처럼 뇌와 장기에도 충분한 피를 보내줘야 하니 과로를 하게 된다는 겁니다. 심혈관 질환이 있으신 분들 뿐만 아니라 건강해 보였던 분들도 그래서 더위를 조심하셔야 된다는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더위를 이길 수 있는지, 저도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분을 만나러 갔더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답을 주시더군요. 노약자나 평소 병이 있으셨던 분들은 꼭 필요한 일 아니면 한낮에는 많이 움직이지 마시라는 것이구요. 꼭 나가셔야 한다면 공기가 잘 통하는 헐렁헐렁한 옷에 편안한 차림으로 나가시는 것이 좋답니다. 그리고 아차 하는 사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자주 물을 마셔주는 것이 좋고요. 그렇다고 물 대신 커피나 술은 많이 드시면 잠을 잘 못자고 몸을 자극하기 때문에 안 좋다고 합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제 분야라기보다는 의학, 건강기사 수준이죠. 그런데 환경적으로 보면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온도가 계속 올라갈 것이란 점인데요. 2050년까지 연평균 2도, 2100년까지는 4도, 온도가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말이 2도, 4도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야 할 수준의 온돕니다. 여름철 사망률이나 발병률이 더 오를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중요한 것이 더위에 이기는 생활방식을 숙지하는 것 이상으로, 차를 흰색으로 바꾸고 집에 차양막을 설치하는 것 같은 기본 수준의 적응법도 역시 생활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늘도 덥고, 주말 내내 더울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한달은 계속 이럴 모양인데요. 가는 더위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더 꼼꼼하게 건강 돌보시길 바랍니다. 재작년 저처럼 고생하지 마시고 말이죠.
더위, 절대로 만만하게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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