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교 다닐 적에 (벌써 가물가물한 예전 일이군요...흑) 통계를 제일 못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지구과학. 제일 잘한 과목은 체육-국어 순으로..^^
어쨌거나 이번에 하게 된 취재는 취약분야인 '통계'였습니다. 매년 피서철만 되면 전국의 유명 해수욕장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발표하는 '피서객 통계'를 낱낱이 뜯어보는 것이 저의 임무!
다들 아시겠지만 해운대, 경포대, 대천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해수욕장들은 주말이면 적게는 60만명, 많게는 백만명 넘는 인파가 찾는 것으로 집계된 숫자를 발표해왔고 언론사들은 알려주는 숫자를 바탕으로 기사를 써 왔습니다.
수영을 잘 못하는 관계로 해수욕장에 간 건 튜브들고 아빠 손 잡고 간 속초가 마지막인데다가 숫자에 특히 약하긴 하지만 '1백만 명'이라는 숫자는 요리 생각하고 조리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숫자임에 틀림 없습니다.
고양시 인구가 98만 명 정도 되는데 해운대 피서 인파가 1백만 명이라면 고양시 인원이 총출동하고도 조금 더 왔다는 얘기니까요.
피서객이 많이 가는 것은 틀림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집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전국 각 지역에 위치한 해수욕장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먼저 주말 하루에만 1백만 명이 다녀간다는 부산 해운대는 집계 방식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두시간 간격으로 집계를 하는데요. 1제곱미터 안에 있는 사람을 눈대중으로 파악한 뒤 전체 면적을 곱합니다. 문제는 곱하는 전체 면적의 범위. 바닷가, 그러니까 백사장과 수영가능한 바다 범위 말고도 인근에 위치한 동백섬, 송림공원, 그리고 호안도로까지 모두 포함시킵니다.
해수욕장 운영팀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 "해수욕장 권역^^에 지나다니시는 분"은 모두 피서객이 된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셀 때마다 나오는 숫자를 계속 누적하기 때문에 오전에 왔다가 해질 무렵 돌아간 피서객은 1명이 5명으로 집계되는 큰 오류가 발생합니다.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대천 해수욕장도 이상한 집계 방식을 쓰기는 마찬가집니다. 일단 '눈'으로 백사장에 있는 사람들을 센 뒤 고속도로 대천 IC 통과 차량, 대천역에서 내리는 사람들, 일반 국도 통과차량을 모두모두 더합니다.
여름철 대천 지역을 지나가기만 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천 해수욕장 피서객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 해수욕장들이 이런 식으로 부풀려지고, 주먹구구식으로 센 통계를 사용하는 가운데 제주도의 중문 해수욕장은 해수욕장 입구를 한 사람이 지키고 서서^^;; 계수기로 측정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고 있었습니다.
통계에 쥐약인 저도 해수욕장 통계가 심하게 과장돼 있다는 걸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상황. 실제로 지난 2008년 강릉대학교 정의선 교수 연구팀이 경포대 해수욕장에 20명의 연구원을 투입해 피서객을 집계했더니 강릉시가 집계한 숫자의 8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해수욕장이 피서객 통계를 내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찾는지, 언제 많이 찾고 언제 줄어드는지, 찾는 인원에 비해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은 충분히 설치돼 있는지 등 각종 관광정책을 집행하는데 있어 기초 자료를 만들기 위함이죠.
과장된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세운다면 당연히 실수요보다 과한 돈이 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굳이 이렇게 여러 이유를 들지 않아도 정확성이 떨어지는 통계를 통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해수욕장들은 정확하게 집계를 하고 싶지만 인원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그렇다고 안 세자니 좀 그래서 중복되는 것을 알면서도 세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지자체간에 통일된 집계 기준도 마련못한 정부탓이 크겠지요.
관광한국으로 가는 길,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수요 예측과 대비에 있지 않을까요? (휴, 숫자가 들어가는 건 취재도, 취재파일도 어려워요^^)
'뻥튀기' 해수욕장 피서객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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