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이란 영화 보셨습니까.
작년에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머리가 지끈거렸던, 누구의 말을 믿을것이냐를 놓고 영화보는 내내 정말 피곤했던 기억이 나네요.
피어슨과 알렉스의 진실 공방, 현장검증을 해도 진실이 가려지기는 커녕 오히려 아리송해지는 순간, 사건을 담당한 경찰과 검찰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얼마전 서울 양천서 경찰관들이 피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문을 했다며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인권위가 고문 의혹을 제기하고 검찰도 나서서 조사한 결과 4명이 구속됐습니다.
처음엔 진실을 가려내기가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피의자들은 -아니 고문 피해자들이죠-전과 10범이 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인권위에 진정을 넣기 전, 이들은 사건을 담당한 검사 앞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마약, 절도 전과가 수두룩한 이들의 말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인권위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하던 날, 양천서 서장, 형사과장, 심지어 담당 경찰까지 기자들을 찾았습니다.
"그런 일 없다"는 말로 억울함을 토해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현장에 있던 저는 "인권위의 조사를,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경찰들의 해명에 진실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인권 문제는 다릅니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일지라도 인간답게 대우받을 권리는 있는거니까요.
결국 검찰은 피의자들이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갈때는 멀쩡하다가 조사를 받고 유치장으로 돌아올 때는 절뚝거리는 CCTV 화면, 또 조사받는 과정에서 폭행당하는 장면이 녹화된 CCTV 화면을 천신만고 끝에 확보했고 이 증거를 토대로 경찰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경찰에게 맞았다, 뼈가 부러졌다, 멋대로 수갑을 채웠다...
이런 제보전화가 몇배는 더 많이 옵니다. 수습기자 시절에는 이 전화 한통에 집착해 정말 경찰이 가혹행위를 하는지 민감하게 반응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이런 제보 전화의 대부분이 술에 취한 사람들의 주정 내지는, 다음날이면 기억 안나는 과격한 행동이란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분명 폭행이 있고, 인권침해가 있습니다. 이태원 살인사건에서 그 대학생이 살해된게 명백한 것처럼요.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 처참하게 살해된 학생은 있지만 죽인 사람은 없다...
이번 사건이 그런 결론으로 마무리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누구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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