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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 살해사건, 수사 부실이 부른 비극

용의차량 추격하다 놓쳐..납치미수 수사 대충

지난 23일 대구에서 발생한 대학생 이모(26.여)씨 납치살해사건은 경찰 수사의 총체적 부실이 부른 비극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됐다. 

경찰은 이씨가 살아 있는 동안 피의자인 김모(25)씨를 한 차례 추격했으나 눈앞에서 놓치는 실수를 범했을 뿐만 아니라, 이보다 일주일 전 김씨가 다른 20대 여성을 납치하려 한 사실이 있었는데도 폭력사건으로 가볍게 여겨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및 피의자 검거 = 이번 사건은 지난 23일 0시에서 3시 사이 대구 수성구 범물동 일대서 김씨가 외출 나온 이씨에게 '함께 차를 타고 바람이나 쐬자.'라며 접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대화 과정에서 고교 때 만남이 있었던 사이임을 우연히 알게 됐고 이에 이씨는 경계를 늦추고 차량에 올랐지만, 김씨는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이씨의 손발을 묶는 강도로 돌변했다. 

김씨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6천만원을 이씨의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요구하는 등 이날 하루 동안 모두 9차례에 걸쳐 몸값을 요구했다. 

이씨의 어머니가 딸의 계좌로 290만원을 우선 입금하자 김씨는 이날 오후 2곳에서 돈을 찾았고, 그의 모습은 범행 차량인 모닝 승용차와 함께 현금인출기 및 그 주변의 CCTV에 포착됐다. 

이후 김씨는 돈을 더 요구하다가 계좌가 지급정지되자 경찰의 추적을 눈치 채고는 같은 날 밤 자신의 차로 경남 거창군까지 이동, 이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거창TG 인근 도로변 배수로에 버렸다. 

김씨는 다음 날인 24일 대구 달서구 용산동 자신의 집 주변에서 서성거리다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 수사 곳곳에 허점 = 경찰은 CCTV를 통해 범행 차량이 모닝 승용차란 점을 확인하고 이씨의 휴대전화 발신지인 대구 달서구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7시20분께 달서구 월암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김씨의 차량이 정차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접근했다가 김씨가 차를 몰고 달아나자 경찰차로 추격했지만, 수분 만에 놓쳐버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가까운 IC 등 도주로를 차단하지 않아 이날 밤 김씨가 고속도로를 이용해 이씨를 살해.유기하러 대구를 벗어날 수 있도록 빌미를 주기도 했다. 

또 경찰이 섣불리 이씨의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한 것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씨의 유족은 "범인이 계좌 지급정지 사실을 알고는 경찰의 추적을 알아챘고 그 뒤부터 연락이 끊기면서 화를 불렀다."라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6일 새벽에는 수성구 범물동에서 귀가하던 A(26.여)씨가 김씨로부터 폭행당하고서 차에 강제로 태워졌으나 스스로 탈출한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납치미수사건이 아닌 폭력사건으로 보고는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고 일주일 뒤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장소에서 김씨는 이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동기 및 여죄 수사 = 경찰에 체포된 김씨는 사채 5천500만원을 갚으려고 이씨를 납치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처가 임신하게 되자 300만원을 시작으로 사채를 빌려쓰기 시작했고 직업이 없어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범행을 하기에 이르렀다. 

김씨는 이씨를 숨지게 한 데 대해서는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26일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김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또 다른 납치미수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지난 17일 밤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남의 차량 번호판을 훔친 일과 이틀 뒤인 19일 새벽 마트와 분식집에 들어가 현금 70만원을 훔친 사실도 찾아냈다. 

대구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김씨가 이씨를 살해하고 나서 붙잡히기 전까지 하루 동안은 추가 범행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그 이전에 또 다른 범행이 없었는지 유사 발생사건들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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