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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한명숙에 '철퇴' 자기 식구엔 '솜뭉치'

징계 10명, 인사조치 7명, 사법처리자는 단 1명. 한달 보름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검사 스폰서 의혹'에 대한 검찰의 조치 결과입니다. 저를 포함해 언론들은 '용두사미'네, '솜방망이'네 하며 비난하지만 사실은 그닥 놀라지 않았습니다. 예견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을 대신해 변명을 하자면 사실 이번 조사 내지 수사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제보자가 그러하듯이 건설업자 정 모 씨도 자신의 접대 의혹을 상당히 부풀려서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또 접대가 이뤄진 시점도 멀게는 20여년 전, 대부분은 6~7년 전이어서 관련한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정 씨는 검찰 조사를 불신해 대질신문 등 주요한 수사절차에 협조해주지 않았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검찰 내부에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를 내놓기 어려우니 차라리 특검으로 넘겼으면' 하고 스스로 바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검찰에 아쉽고, 불만인 것은 결과라기 보다는 자세였습니다. 조사 결과에서 검찰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진실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별로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달랑 정 씨의 진술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쳤기 때문입니다. 실제 검사들 가운데 정 씨를 비호하거나 민원을 해결해준 일은 없는지, 정 씨 외에 또다른 스폰서는 없는지, 검찰 내 회식문화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등은 이번 조사에서 뒷전이었습니다.

만약 민간 기업이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회사내 문화를 고치겠다고 나섰다면 완전히 달랐을 것입니다. 사내 설문조사에, 대대적인 직원 인터뷰, 실태조사, 심지어 외부 컨설팅 등 다양한 방법의 조사를 거쳐 대책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하물며 막강한 수사력을 갖춘 검찰이 불거진 문제에 대한 기초 조사 수준의 결과만 내놓는다는 것은 좀 알량해보입니다.

무엇보다 검찰의 이번 조사 결과는-사실은 진상규명위원회가 '주어'여야 하지만 실질적인 진상조사는 검사들로 이뤄진 '진상조사단'이 맡았고 이번 활동을 의뢰한 주체도 검찰인 만큼 그냥 큰 범위의 검찰로 봤습니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에서 보여준 놀라운 정보력과 수사력과 극명하게 대비가 돼 더욱 도드라져보입니다. 한 전 총리 수사에서는 한가지 혐의가 재판에서 유죄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자 바로 또 다른 혐의를 찾아내 수사에 착수했죠. 그 처벌을 하고야 말겠다는 집념은 놀라움을 넘어 살짝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나도 검찰에 잘못 걸리면 온전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이번 조사는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억지로 죄를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사안을 엄정하게 따져보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제 검찰이 자정 의지를 국민에게 납득시킬 만큼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수술 메스를 외부에 쥐어주게 됐습니다. 정치권은 특검 논의를 더욱 진지하게 할 것입니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각종 사회단체의 목소리는 커질 것입니다. 검찰이 작은 아픔을 피하려다 더 고통스러운 길을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제가 괜히 걱정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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