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열리는 뮤지컬 코미디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네티즌들이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투표로 선정한 UCC의 주인공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한다. 뮤지컬 코미디 어워드는 그 참신성으로 BBC와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언론들이 주목했고, 여기서 배출된 뮤지컬 코미디언들은 영국 전역에서 활동 중이다.
'뮤지컬 코미디 어워드’의 창립자는 올해 27살의 영국 청년 에드다. 나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1년간 연수 기회를 얻어 영국 워릭대학교 문화정책센터에서 공부할 때 에드를 알게 됐다. 에드는 같은 센터에 있는 문화산업 경영 석사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남편이 이 과정에 다녔기 때문에 나는 에드와 만날 기회가 많았다. 전형적인 영국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난 에드는 아이디어가 많고 사교적이고 유머 감각이 뛰어났다.
문화산업 경영 과정에는 '문화기업가(Cultural Entrepreneurship)'라는, 창업을 공부하는 과목이 있었다. 학생들은 이 과목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마지막 강의에서는 투자 제안서를 발표해야 한다. 이 발표는 과목 담당 교수와 실제로 펀드를 운영하는 투자자 앞에서 이뤄진다. 뮤지컬 코미디 어워드의 창업은 바로 이 과목에서 시작됐다.
나는 우리 집에 놀러온 에드가 남편과 이 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뮤지컬 코미디 어워드'의 아이디어를 처음 들었다. '뮤지컬 코미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희극적인 뮤지컬'을 가리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에드의 설명을 들으니 코미디의 한 장르였다. 에드는 '뮤지컬 코미디'가 독립성을 갖춘 장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있었다.
(덧붙이자면, 영국은 코미디의 전통이 굉장히 강한 나라다. 워릭대학교 안에 있는 워릭아트센터는 콘서트홀과 다목적 공연장을 갖춘 영국 중부에서는 손꼽히는 아트센터였는데 코미디언들의 공연이 종종 열렸고, 흥행 성적도 좋았다. 연간 프로그램 책자에는 '코미디'가 음악, 무용, 연극 등의 장르와 함께 독립된 섹션으로 소개돼 있었다. 텔레비전의 코미디 프로그램 역시 큰 인기였다. 영국의 코미디는 정치를 빼면 시체다. 저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신랄한 정치 풍자가 많았다. )'
이 과목의 마지막 수업 시간, 에드의 발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평가에 참여했던 펀드 매니저는 에드의 아이디어를 높이 사서, 실제로 투자할 테니 창업해 보라는 제안까지 했다. 취업과 창업을 놓고 고민하던 에드는 결국 졸업 후에 만 5천 파운드, 당시 환율로 약 3천 만원의 투자를 받아 1인 기업의 사장이 됐다. 에드는 '뮤지컬 코미디 어워드'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이 웹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셀프 동영상도 몇 편 올렸다. 여기서 에드는 총천연색 가발을 쓴 채 익살스런 표정으로 랩을 하기도 하고, 직접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나는 대학원 수강 과목 평가에 현장의 펀드 매니저가 참여한 것도, 그리고 이 과목에서 나온 아이디어에 실제로 투자가 이뤄진 것도 이색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른바 '산학 연계'의 모범사례 아닌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에드가 투자 받은 돈은 개인 투자자에게서 나온 게 아니었다. 영국예술위원회와 유럽지역개발기금이 함께 출자한 창조산업 펀드에서 나온 것이었다.
2003년 550만 파운드 규모로 창설된 이 펀드는 창조산업 분야의 창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금이다. ('창조산업, Creative Industry는 '문화산업'의 '창의성'을 중시한 명칭이다. 영국에서는 '문화산업' 대신 '창조산업'이라는 말도 많이 쓰인다.) 영국에서 창조산업은 국내총생산의 1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다. 영국 정부가 창조산업 육성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2편 이어집니다. 클럽발코니 웹진( http://www.clubbalcony.com/home/life/talking.aspx)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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