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미친 척' 비보이만 문제인가?

몇 년 전 티브이에서 비보이라는 이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댄서들이야 낯설지 않았지만 그들이 추는 춤은 뭔가 좀 특이해 보였습니다. 여럿이 나와 기계체조처럼 앞으로 뒤로 훌떡훌떡 넘기도 하고 관절을 꺽기도 하고 순간 정지도 하면서 말이죠. 

경기는 일종의 배틀형식인 것 같았는데 양측에 두 팀이 나와 서로의 춤을 추며 상대방을 도발시키기도 하고 3,4명이 브레이크댄스를 추는데 군무처럼 같은 동작으로 추는 모습이 꽤 멋있어 보였었죠.

국내에도 세계대회에서 수 차례 우승한 유명 비보이팀이 여럿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한 비보이 팀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병역기피 혐의로 말이죠. 방법은 정신병자 행세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A비보이팀의 팀장 등 2명이 지난 1998년에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현역등급이 나왔답니다. 고민이 되었겠죠. 연예인들처럼 군대에서 2,3년 썩으면 춤 실력, 나이 등등 모든 것이 손해라고 생각을 했을 겁니다. 급기야 이들은 정신병자 흉내를 내면 군대를 면제받을 수 있을 지를 고민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공부해야죠. 그냥되는 게 있나요.

이들은 서점에 가서 우울증, 정신분열에 관한 책을 보고 증세를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환청이 들린다'던지 '여자 귀신이 보인다'고 행동을 보이고 집밖으로 안나가고 방에 틀여 박혀 있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습니다.

일부 부모님은 아들의 이런행동에 속았습니다. 속지 않는 부모님들은요?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나요. 군대 안가겠다는 아들의 설득에 넘어갔답니다.

아들에게 속았든 설득이 됐든 부모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아들의 증상을 설명하고 진찰을 받고 진단서를 받아냅니다. 그러나 군을 면제받기 위해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징병검사 규칙에 보면 심신장애의 경우 1개월 이상의 정신병원 입원경력(?)이 필요했습니다.

당연히 모두 입원했죠. 정상인들이 정신병원에서 환자인척 하며 생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이들도 인터뷰 했을 당시 '병원에 있을 때 본인들이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입원치료에서 받은 약은 간호사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안 먹을 수 없어 억지로 먹으니 몸도 나른해지고 의욕이 떨어지고 힘도 빠졌다고 이들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환자행세도 하고 입원도 하며 재검을 요청하고 신체검사를 받은 결과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비보이들 입장에서 이렇게 성과가 나오다 보니 다른 후배 비보이들에게도 군면제 비법이 전수되었을 겁니다. 누군가가 특별히 강의를 하지야 않았겠지만 알음알음 방법을 알아 17명의 팀원 가운데 9명이 이 방법으로 군을 면제받았습니다.

면제판정을 받은 뒤나 퇴원 후 치료 기간에 이들은 해외 등 댄스경연대회에 참석했고 운전면허 적성검사에 정신병력이 없다고 기재하는 등 정상인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상인인데 정상인 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정신병 환자행세를 하면서 해외 댄스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국위선양도 했다며 이들을 욕할것만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글쎄요. 물론 전적으로 틀린 말이야 아니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다른 비보이들은 바보라서 군대 가는 것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들의 병역기피와 구제책보다는 이들이 병역을 면제받게 되는 허술한 병역시스템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광인행세로 군인을 면제받는 것이 정말 우리들의 농담이 아닌 진실로 이뤄진다는 것은 정말 맘먹고 누구든지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군 입장에서도 정신병 진단서에 입원까지 한 사람을 억지로 입대시켜 혹시 문제가 생기는 것 보다야 면제판정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한 일이었을 겁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검사를 안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단의사, 병무청의 개입이 없었다고 경찰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가지고 있는 증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개입이 정말 없었다면 우리 병무행정은 허술의 극치를 달리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 것이구요, 입이 있었는데도 경찰이 밝히지 못한 것이라면 경찰수사의 무능함을 물론 병무행정의 부패가 갈 데까지 간 것일 겁니다.

이제 앞으로 군대 갈 멀쩡한 대한민국 청년들 가운데 광인들 여럿 나올 것 같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