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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간 소들을 위한 '기도'

다들 아시겠지만 요새 구제역이 한창입니다. 좀 잠잠하다 하면 엉뚱한 장소에서 뻥뻥 터져나옵니다. 바이러스가 지능이 있을 리가 없는데,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밉살맞게 병을 퍼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피해를 입는 가축들이 적잖습니다. 어제까지 모두 4만 9천 131마리의 두발굽 동물들이 무참하게 도살처분 됐습니다. 구제역에 걸린 소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이웃에 있던 동료들이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함께 쓸려간 신셉니다. 왜 좀비 영화 보면 좀비를 노려 총을 쏘다가 안되겠다며 일반인들에게도 총을 쏘잖아요. 거의 그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안타깝게 사라진 동물들이 많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동물이 바로 인천 강화의 우보살들입니다. '딱딱' 혀를 굴려서 목탁소리를 낸다고 해서 절에서 데려다 키우면서 '우보살'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소가 정말 불법을 알까싶으면서도 신기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해서 많은 분들이 찾아가고 사랑했었는데요. 주변에 구제역이 터지고, 또 침을 흘리는 것 같은 의심증상도 보이면서 한 순간에 결국 이승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비슷한 경우가 이번 충남 청양의 축산연구소에 살던 칡소입니다. 거뭇거뭇 온 몸에 칡가지를 두른 듯 무늬가 있는 소인데요. 원래 우리 나라 토종이었지만 일제가 "한국 소는 붉은 색으로 한다"고 정한 이후에 단순히 색깔 때문에 도태돼야 했습니다. 이제 전국에 천마리 남짓 남았을 뿐인데, 청양에서 기르던 14마리가 역시 구제역에 걸렸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되고 말았습니다.

김포의 '슈퍼 젖소'는 또 어떻고요. 14년을 살면서 200미리리터 작은 우유팩으로 무려 70만개 이상을 사람에게 베풀었습니다. 서울시의 초등학생이 66만명이니까 하나 씩 안겨주고도 몇만명이 더 먹을 수 있을 정돈데요. 이 소도 역시 주변 이웃 때문에 살처분되고 말았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구제역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모두 죽여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도 최근에 구제역이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구제역이 걸린 농가만을 대상으로 살처분을 합니다. 우리처럼 종기 났다고 생살 파내듯이, 반경 3킬로미터 내의 모든 동물을 묻어버리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구제역에 걸린 소도 90%는 다시 살아납니다. 다만 어린 소들은 절반 가까이 생명을 잃기 때문에 사전적 차원에서 하는 작업이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구제역이 퍼졌을 때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냥 다짜고짜 광범위한 도살처분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물론 그 소들, 그렇게 가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방법 아니었으면 조금이라도 더 살다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왜일까요. 어제는 그렇게 먼저 간 소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사 쓰듯 리포트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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